쌍용자동차를 삼성에서 인수할 것이란 소문이 두 회사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또 청와대나 통산부쪽에서는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철강 자동차 등 일부
업종에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들 전략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 인수 합병에 따른 세제지원,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한도 예외
인정 등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구조 조정이 활발하게 이루어
지기를 기대하는 편이지만 최근들어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깊은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엄청난 금융특혜를 수반하는 비리투성이의 구시대적인 정부주도형 부실기업
정리를 또 되풀이하려는 의도를 깔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들도 즐겨 사용하는 "시장의 논리"라는 말을 우리는 진입과
퇴출에 대한 사업자의 자율과 책임이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정부가 특정사업자의 진입을 제한하거나 퇴출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 퇴출에
따른 책임, 곧 부실의 부담을 특혜 형식으로 해결해주는 것 역시 명백한
비논리이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해치는 행위다.

그것이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이든 아니든간에 부실기업 정리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사안은 금융문제다.

기존 대출금을 어떤 형태로 얼마나 감면해주느냐가 이해당사자들은 물론
사회적인 관심사다.

은행이 자율적인 상업금융기관으로 제몫을 하고 있다면, 인수 합병 그 자체
를 해당 은행에서 상업적인 기준에서 판단해 기존 대출금 등 금융문제를
당사자들과 협의 결정하면 그만이지만 우리의 경우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고, 또 그래서 특혜시비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이제는 그런 유형의 정리가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우리가 지향하는 "투명한 정부"를 위해서도, 기업 이미지를 위해서도
그렇다.

부실기업 인수 합병은 거래당사자와 관련은행에 맡기는 방향으로 재정립돼야
한다.

우리는 일부 정부관계자들이 이 시점에서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세제
지원및 공정거래법상 총액출자한도 예외인정"을 들고나오는 진의를 정말
이해할수 없다.

쌍용자동차를 삼성이 인수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출자한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년 4월부터 적용될 순자산의 25%(현재는 40%) 한도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삼성은 1조원정도 한도여유가 있다.

또 세제지원은 그 당위성 논쟁은 접어두더라도, 그 액수가 많아야 수백억원
을 넘지 못하기 때문에 빚이 3조2천억원을 웃도는 업체의 정리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안"이 못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부인하는 인수를 뒷받침하기 위해 출자한도
예외인정, 세제지원방안 등을 강구하겠다는 얘기는 따지고보면 우스워진다.

은행빚을 대거 탕감하는 형식의 구시대적 정부주도형 부실기업 정리를 추진
하기 위해 분위기를 잡으려는 의도라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이제는 어떠한 부실정리나 구조조정도 당사자의 자율과 책임이 전제돼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