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에는 우리나라 증시 사상 처음으로 3건의 소수주주권이 잇따라
행사됐다.

대한펄프의 개인 투자자 김문일씨등 16명과 한화종금의 2대대주주인
박의송 우풍상호신용금고회장은 법원에 임시주주총회소집허가신청을 했다.

또 OB맥주 주식을 매입한 지방소주사들도 회계장부열람신청과 이사의 직무
정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물론 이들의 목적은 각각 다르다.

경영권을 획득하려는 경우도 있고 단순히 회사측의 경영방침에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가지 공통점은 이들이 행사한 권한이 상법상 소수주주권이라는
점이다.

소수주주권은 대주주들이 회사를 자기 마음대로 경영하지 못하도록 소규모
주식을 가진 주주들에게 인정하고있는 일종의 감시권한이다.

이 소수주주권은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 증시에서 거의 행사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주식의 시세차익에만 관심을 기울인 탓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많이 행사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기업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상장사들에 대해 소수주주권의
행사요건을 완화하고 행사방법을 간편화시켰기 때문이다.

우선 4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증권거래법은 개인비리와 관련된 이사해임
청구권 이사에 대한 책임추궁권 대표소송권등을 "6개월전부터 계속하여
발행주식총수의 1%이상에 해당하는 주식 또는 10만주이상의 주식을 보유"
하면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기업비리와 관련된 주주총회소집청구권, 회계장부열람청구권, 회사의
업무 재산상태의 검사인선임 청구권, 청산인 해임 청구권등은 "1년전부터
계속하여 3%이상에 해당하는 주식 또는 30만주이상의 주식을 보유"하면
행사할수 있도록 하고 있다.

5%이상 일률 적용하고 있는 현행규정에 비하면 행사요건이 많이 완화되는
셈이다.

권한 행사 방법도 많이 간편해진다.

증권예탁원에서 발급하는 주주자격증명서로 주주자격을 증명할수 있도록
한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는 주주자격증명이 매우 거추장스러웠다.

증권예탁원에 직접 찾아가 주주명부상 이름을 바꾼후 명의개서된 주권을
법원에 제출해야 했다.

지난해 12월 대한펄프의 소수주주들이 증권사의 잔고증명서를 제출했다가
주주자격에 논란이 예상되자 뒤늦게 주주명부상 명의를 개서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그러나 오는 4월부터는 소수주주권을 행사하기가 보다 쉬워져 소수주주들의
감시망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기업주들이 경영을 투명하게 하는지, 대주주개인을 위한 거래를 하지
않는지를 보다 잘 살필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소수주주권이 남용될 경우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소수주주들의 권한이 강화됨으로써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하는데 더 비중을 두어야할 시점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박주병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