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엔저시대''는 올 것인가.

미달러화에 대한 일본 엔화값이 45개월만에 처음으로 1백15엔을 넘자
''신엔저시대''의 도래여부가 대번 국제금융시장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신엔저시대는 일본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한단계 더욱 높여줄 것으로
예상돼 가뜩이나 비틀거리는 한국기업들에 치명타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전망은 아직 50대50.

달러당 엔값이 1백20엔선까지 올라가는등 엔저(달러고)가 지속될 것이란
시각과 1백12엔 수준으로 복귀할것(엔고)이란 분석이 팽팽히 맞서있다.

엔저가 지속될 것이란 견해는 내년 일본경제가 쉽게 회복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에 근거한다.

사토 신지 일본 통산상은 28일 "내년경제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며 "일본
경제의 암적요인이 된 부실채권문제의 구조적 해결을 위해 돈을 푸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OECD의 권고를 받아들일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돈을 푼다는 말은 초저금리정책을 지속한다는 뜻이다.

이경우 엔화는 약세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

노무라연구소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어려운 경제상황을 맞고 있는
일본정부는 엔화를 "흘러가는대로" 놓아두고 싶어할 것"이라며 "때문에
금융당국은 어쩔수 없이 1백20엔까지 허용할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외국인들의 투자가 최근 일본 금융시장을 지탱하는 원천이 됐지만 이
자금이 빠지면 과포장된 가격이 무너질 것"(아드리안 시미트
런던체이스투자은행 분석담당)이라는 점에서 엔화가 한단계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전망도 있다.

반대로 엔고로 전환될 것이란 시각 또한 만만치 않다.

이들은 그 이유로 미국의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확대를 들고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커지면서 미자동차업계등 제조업체들이 수출촉진을
위해 자국 정부에 "강한 달러" 정책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넣을 것이고 미
정부는 어쩔수 없이 "약한 달러" 정책으로 돌아설 것이란 시나리오다.

실제 20개월 연속 줄어들던 일본의 대미무역흑자는 지난 11월부터 확대
되는 추세를 보였다.

일본정부의 통계를 보면 11월 대미무역흑자는 3천7백80억엔으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무려 31% 늘어났을 정도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달 사카키바라 대장성금융국장의 "언급"을 상기시키는
사람들도 많다.

사카키바라국장의 말은 "대장성은 더이상 엔화를 약세로 이끌 생각이 없다"
는 것.

미대통령선거가 끝난뒤 달러가 1백14.90엔까지 오르자마자 나온 이 말은
일시적이나마 달러의 폭락을 가져 왔었다.

일본 야마이치증권사는 "사카키바라의 말은 정부의 속마음을 어느정도
읽게 해준다"며 "때문에 1백12엔선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그래서 최근 달러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나온
미쓰즈카 히로시 대장상의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말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