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과 맥도널더글러스(MD)의 합병으로 유럽의 에어버스 못지않게 비상이
걸린 미국기업이 있다.

세계 군수항공산업의 선두주자 록히드마틴이 그 회사다.

보잉은 민수시장에선 선두를 굳혀놓은지 오래됐지만 군수분야는 상대적으로
약했다.

그런 보잉이 군수분야의 발군인 MD를 합병한 것은 사실상 이 분야의 톱인
록히드에 대한 정면도전이나 다름없다.

보잉이 지난 8월 록웰인터내셔널의 방산과 우주항공 부문을 인수한데 이어
이번에 MD를 끌어들인 것은 이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전략에 따른
것으로 봐야한다.

보잉은 MD와 록웰인터내셔널과 연계, 투 톱을 구축할 것이 확실하다.

당장 내년에 방산부문이 전체 매출(4백80억달러 예상)의 37%에 이를 전망
이다.

이렇게 될 경우 보잉은 군수분야에서 록히드와 불꽃튀는 경쟁관계에 돌입할
수 밖에 없다.

우주항공분야에서도 보잉은 록웰인터내셔널의 스페이스셔틀과 MD의 차세대
델타형 우주왕복선으로 확고한 기반을 다질수 있게됐다.

필 콘디트 보잉사회장은 "MD의 방산과 우주항공분야는 보잉의 주력인 민수
분야에 대한 경기완충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항기의 경우 경기사이클이 워낙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발주가 꾸준한 방산
분야가 합쳐질 경우 경기변동에 대한 운신의 폭이 크게 넓어지는 효과가
생기게 마련.

더욱이 보잉과 MD는 생산기종 배분 등에서 역할분담도 확실하다.

MD는 미 해.공군의 주력기종인 F15와 F18을 생산해왔고 보잉은 차세대기종인
F22의 부분제작사이다.

이번 합병으로 전투기분야에 관한한 대를 이어가면서 보잉이 독주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형군수기 시장에서도 보잉의 전력은 2배가 됐다.

MD가 C-17수송기를, 보잉은 공중경계관제기(AWACS)를 특화생산해왔다.

앞으로 보잉의 장기인 대형민항기 생산기술이 군수분야를 더욱 탄탄하게
뒷받침하게 될 것이다.

당분간 이 분야에선 도전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희박하다.

헬리콥터 시장에서도 이번 합병으로 보잉은 무적의 전력을 구축하게 됐다.

MD는 전투용 아파치헬기를, 보잉은 치누크로 군수송용 헬기시장에서 명성을
쌓아왔다.

이번 세불리기로 보잉은 방산분야에서 선두 록히드의 턱밑을 위협할 정도로
시장점유율 간격을 바짝 좁혀놓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