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홍상수 감독, 동아수출공사 제작)과
외화 "율리시즈의 시선"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 유성필름 수입)이
"96 한국경제신문이 뽑은 올해의 영화" 1위로 각각 선정됐다.

이들 작품은 한국경제신문이 올해 처음 뽑은 "올해의 영화-베스트5"에서
선정위원 6명으로부터 최고 점수를 얻어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영화 2위는 "학생부군신위" (박철수 감독, 박철수필름 제작), 3위는
"세친구" (임순례 감독, 삼성영상사업단 제작), 4위는 "축제" (임권택
감독, 태흥영화사 제작)와 "꽃잎" (장선우 감독, 미라신코리아 제작),
5위는 "은행나무침대" (강제규 감독, 신씨네 제작)가 차지했다.

외국영화 2위는 "언더그라운드"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 화천공사 수입),
3위는 "데드맨 워킹" (팀 로빈스 감독, 삼성영상사업단 수입), 4위는 "닉슨"
(올리버 스톤 감독, 미도영화사 수입), 5위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마이크 피기스 감독, 코리아멀티미디어 수입)와 "제8요일"
(자코 반 도마엘 감독, 하명중 영화사.제일제당 CJ엔터테인먼트 수입)이
뽑혔다.

한국경제신문은 앞으로 해마다 그해에 개봉된 한국.외국영화를 대상으로
가장 우수한 작품을 "올해의 영화"로 선정, 발표할 예정이다.

21세기를 이끌 첨단 영상산업을 육성하고 이 분야의 핵심 소프트웨어인
영화예술의 질적 발전을 앞당기기 위해 마련한 이번 기획에 영화인 및
업계의 깊은 관심과 애정을 기대한다.

한국영화 1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은 96 한국 영화계가 건진 최대의
수확으로 꼽혔다.

이 작품은 "일상과 통속의 모습들을 성실하게 관찰하고 그속의 의미를
아주 천천히,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는 외과용 메스로 날렵하고도
정확하게 도려낸 작품" (강한섭)이라는 평가와 함께 "성숙된 내용, 획기적
플롯, 깊이있는 사물관이 돋보이는 올 한 해 최고의 성과" (양윤모),
"대도시의 스산한 삶을 일상의 파편을 통해 성찰적으로 묘사한 수작"
(유지나), "일상을 불현듯 낯설게 바꾸는 극사실성의 세계를 구축했다"
(조혜정)는 찬사를 받았다.

2위 "학생부군신위"는 박철수 감독에 대한 믿음을 반영하는 평가가
많았다.

"원숙한 영화청년의 부단한 실험정신"이라든지 "정형화된 틀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새로움까지도 끊임없이 파괴하는 개성이 돋보인다", "감독의
의식세계와 장례, 일상의 부딪힘을 실험적 내러티브로 구성했다"는 등
작가주의 관점에서 고른 득점을 보였다.

3위 "세친구"는 "한국사회 남성성에 대한 진실하고 관조적인 시선이
담겼으며 과감한 신인 캐스팅이 돋보인다", "감독의 관점이 명확하고
미학적 통제력이 확립돼 있으며 객관적 사실주의를 잘 살렸다", "소외된
젊음의 세상살이, 그 쓸쓸함의 미학이 좋다"는 평가를 얻었다.

공동 4위에 오른 "축제"는 "삶과 죽음에 대한 달인의 시선이 명징한
동화속에서 빛난다", "장례를 소재삼아 한국인의 심층에 육박한 영화"라는
평.

"꽃잎"은 "리얼리즘의 개념을 묘사의 문제에서 관객작용의 차원으로
바꿔 놓은 가장 모험적인 영화","정치적 폭력에 희생된 소녀의 슬픔과
광기를 절절하게 표현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5위 "은행나무침대"는 "한국영화에서 빈약한 사랑의 정서적 측면을
입체화시킨 영화""균형잡힌 인물 설정과 함께 테크놀리지컴플렉스를
극복함으로써 대중적 공감및 지지를 얻은 작품"으로 자리매김됐다.

외국영화 1위 "율리시즈의 시선"은 "인류사의 흔적을 찾아가는 주인공과
감독의 진리관이 잘 드러난 영화" (양윤모), "반목과 살륙의 역사에 대한
깊은 탄식" (조혜정), "영화는 무엇인가, 영화와 삶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이고 영화적인 시선을 담은 작품" (유지나)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2위 "언더그라운드"는 "뚜렷한 세계관과 영화적 상상력으로 빚어낸
20세기의 마지막 몽타아즈같은 걸작", "척박한 현실과 몽환적 판타지,
그 매혹적인 슬픔을 표현한 영화"로 평가됐다.

3위 "데드맨 워킹"은 "선악의 이분법을 깬 접근법이 신선하며 무엇보다
수잔 새런든의 간절한 시선연기가 힘을 발휘했다", "진지한 균형감각과
뛰어난 연기가 조화된 작품", "숀 펜의 냉소와 수잔 서랜든의 따뜻함이
탁월한 연출력과 삼위일체를 이뤘다"는 게 중평.

4위 "닉슨"은 "정치인의 일대기를 고대비극같은 장중한 분위기속에 담아
현대 사이코드라마처럼 입체화시킨 작품", "올리버 스톤의 뚝심, 권력의
본질을 꿰뚫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공동5위작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는 "절박한 현실과 내면의 고독을
탁월하게 풀어낸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 카메라와 연출의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영화" "격렬하고 쓸쓸한 러브스토리"로 평가됐으며,
"제8요일"은 "따뜻한 유머와 매혹적인 환상"으로 "인간을 보는 눈을
달라지게 만든 문화사적 의미의 수작"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밖에 등위에 들진 못했지만 선정위원들의 주목을 받은 작품으로
한국영화 "내일로 흐르는 강" "박봉곤 가출사건" "지독한 사랑"
"나에게 오라" "러브스토리" "고스트 맘마" "진짜 사나이" "미지왕"
"코르셋" "정글스토리", 외화 "비밀과 거짓말" "구름 저편에"
"랜드 앤 프리덤" "일포스티노" "센스, 센서빌리티" "토이스토리"
"카지노" "브레이킹 더 웨이브" "미션 임파서블" "트위스터"
"데니스는 통화중"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씨클로" "프리스트"
"비포 선라이즈" 등이 있다.

이중에는 "고스트 맘마" 등 개봉시기가 늦은 작품이나 "토이스토리" 등
지난해말 개봉돼 선정범위의 사각지대에 놓인 작품들도 많아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