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노동교육원의 공동 주최로 어제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96년도 노사화합대상 시상식은 노동법개정을 둘러싸고 조성된
노.사.정간의 팽팽한 긴장상황에 숨구멍을 터준 의미있는 행사였다.

올해로 두번째가 되는 노사화합대상 시상식은 본사가 작년 2월부터
"노사 새 지평을 열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노총 경총및
한국노동교육원과 공동으로 벌여온 노사협력캠페인의 연간 결산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고 그런 일과성 행사와는 확연히 구분된다고
하겠다.

우리가 특히 올해의 시상식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정부의
노동법개정안에 반대하여 노동계가 총파업 위협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정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노사화합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강조한 흔치 않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가 새삼 확인한 것은 비록 노사개혁을 둘러싸고
상급단체 노사간에 갈등이 표출되긴 했지만 노사협력캠페인과 더불어
시작된 전국 산업현장의 화합분위기는 계속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올해 생산적 노사관계를 다짐하는 노사화합결의대회에 참여한
근로자수는 지난해보다 3배가량 늘어난 60만명을 넘었다.

그 결과 올해 노사분규건수는 보기드문 노사안정의 해였던 작년보다도
줄어든 83건(18일 현재)에 그쳤다.

노동법개정작업에 따르는 마찰로 노동환경이 상당히 어수선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단위사업장노사는 이렇다할 동요없이 생산활동에 전념하고
있음을우리는 참으로 마음 든든하게 생각한다.

동시에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해 노동법개정 반대투쟁을 벌이려하고 있는
노동계 지도자들도 우리 현장 근로자들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히
읽어주었으면 한다.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이 내년 우리 경제는 노사 관계가 그 고삐를
쥐고 있다고 할 수있다.

그러나 내년의 노사관계는 극히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정기국회를 넘기고도 아직 결말을 보지못한 노동법개정작업에 따르는
노-사 노, 노 노, 정 사, 정갈등이 얽히고 설킨 가운데 대통령선거라는
정치적 요인까지 겹쳐 갈등이 사업장 밖으로 분출될 위험이 어느때보다
높다.

노사분규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고는하나 노사관계의 질적.구조적
측면에서는 아직 해결해야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노동운동의 방향이 협력적 생산주의를 정착시키지 못하고 있는가 하면
노사간 신뢰의 기반이 다져지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문제점들은 노동관계법만 선진국수준으로 고친다고 해서 저절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법체계의 선진화도 물론 시급한 일이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노사 모두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이렇게 볼때 노사협력캠페인은 노동법개정 이후에 더욱 큰 중요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법개정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을 청산하고 개정된 법의 틀안에서 새로운
질서를 정립하는 일이 캠페인의 새로운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