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노동교육원이 공동으로 전개하고 있는
노사협력캠페인이 우리 산업현장 노사관계의 틀을 완전히 뒤바꿔 놓고 있다.

노사는 갈등과 대립을 청산하고 참여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생산적 노사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비록 올해 노사개혁으로 인해 상급단체 노사간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으나
지난해부터 전국의 산업현장으로 확산된 화합분위기를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이제 단위사업장의 노사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경제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기업의 생산성향상과 국가경쟁력강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기업발전 전략을 수립하는데 온갖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따라 노동관계법으로 인해 노동현장이 상당히 어수선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단위사업장 노사는 커다란 동요없이 생산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그결과 올해 분규건수는 12월18일 현재 모두 83건으로 다른해에 비해 눈에
띄게 안정적 노사관계를 유지했던 지난해(87건)보다도 4건이나 줄어드는
기록을 나타냈다.

이는 민주화바람을 타면서 노동운동이 활성화됐던 80년대말과 90년대초에
비해선 엄청나게 줄어든 것이며 노동운동이 비교적 억압받았던 5공시절
보다도 적은 수치이다.

이제 국내 산업현장의 노사관계가 제위치를 찾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올해에도 다른해와 마찬가지로 이른바 재야노동단체인 민주노총
주도로 연대파업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서울지하철을 비롯한 공공기업노조가 파업일보직전까지 가고 자동차업종
노조등 민주노총산하 일부노조들이 파업에 돌입하긴 했으나 산업현장에
일고 있는 전반적인 화합분위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오히려 대부분의 사업장은 화합과 협력을 다짐하는 노사화합결의대회를
개최하는등 성숙한 교섭관행을 보이면서 원만하게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실제로 올해 생산성향상과 생산적 노사관계를 다짐하는 노사화합결의대회
개최 업체수가 모두 1,850여개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의 2,300여개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산업평화의 바람이 산업
현장 곳곳에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지난 2년동안 노사화합을 결의한 업체수가 국내 상시근로자 100인이상
사업장 5,500여곳 가운데 80%가량에 달한 셈이다.

특히 올해 노사화합결의대회 참여근로자수는 모두 60만8,000여명으로
지난해의 22만6,000여명에 비해 3배가량 늘었다.

이러한 화합의 열기는 개별사업장뿐 아니라 지역별 업종별 그룹별 곳곳에서
넘쳐 흘렀다.

특히 지역별 결의대회는 대구 양산 마산.창원 원주 부천 익산 서울등 전국
주요도시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지난 1월4일 한국지역난방공사의 노사화합행사로 시작된 올해 노사화합행사
는 대구지역에서 세림제지등 4개사가 잇따라 참여하는등 단위사업장의 화합
선언이 급격히 확산되어 나갔다.

특히 2월초 대구 달성지역 16개사 70여명의 노사가 화합을 다짐한 이후
곧바로 마산 창원지역 150여개사 2,000여명이 화합의 물결에 동참했으며
3월초순에는 경남 양산에서 30개기업 노사가 합동수련회에서 노사간 새지평
을 열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또 3월하순 원주지역 62개업체 8,000여명의 노사가 참여한 가운데 산업
평화에 앞장설 것을 다짐한 것도 올해 산업현장의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이어 나가게 하는데 일조를 했다.

지역별 노사화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4월하순 서울지역 700개사업장 1,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산업평화실천결의
대회를 개최했고 부천지역 46개 노사와 안양지역 노사대표 80여명도 화합과
협력을 바탕으로 치열한 국제경쟁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결의했다.

곧이어 5월에는 전북 익산지역 26개기업 노사가 한마음 큰잔치를 벌였으며
전남광양 83개사 2,200여명도 한마음체육대회를 열고 전국최고의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할 것을 다짐했다.

지난해 노사화합을 결의한 원주지역은 올 6월초에도 176개사가 다시모여
화합과 협력의 의지를 재확인했고 춘천지역 130여개사도 화합결의에 참여
했다.

이러한 화합의 물결은 단위사업장으로까지 확산돼 동부제강 노사는 4월
중순 2,000여명의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문경새재에서 노사화합전진대회를
개최했으며 특히 올해 전면파업의 아픔을 겪었던 아시아자동차가 7월중순
노사화합을 선언하면서 임 단협을 마무리지었다.

또 노동관계법개정으로 노사간 노정간 갈등이 증폭되었던 11월에도 단위
사업장의 화합의 열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아 한전산업개발의 경우
146명의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산업평화정착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여기에다 지난1월 중앙노사협의회에서 열린 경영과 불합리한 인사관행의
개선등을 골자로 하는 노사협력실천강령을 채택한 것 역시 올해 노사협력
캠페인이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원만하게 추진될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산업평화의 바람은 임금및 단체협상을 벌이는 노사간 교섭관행에도 커다란
변화를 일으켜 동국제강 한일합섬 효성기계 (주)한일 농심 창원기화공업
바로크가구등 50여개 사업장이 무교섭으로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이러한 현장의 변화는 노사갈등을 우려해 지금까지 끌어오던 노동관계법
개정을 정부가 강행토록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지난해부터 전개된 노사화합캠페인으로 노사간 갈등과 대립이 청산되고
화합무드가 조성돼 올해 노동관계법개정을 추진할수 있었다"(진념 노동부
장관)는 설명이 현장의 변화를 대변해주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모아 앞으로도 노동관계법개정으로
대변혁을 예고하고 있는 국내산업현장에 협력적 노사관계의 뿌리가 굳건히
내릴수 있도록 노사협력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갈 것이다.

특히 교섭관행과 제도, 고용시장의 유연화등 노동환경의 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수 있는 합리적인 협력의 틀을 제시하는 한편 근로자들의 정서에
부합되고 참여를 유도할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 윤기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