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주식시장에선 외국인이 막판에 대량매물을 던져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시장이 큰 충격을 입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도 매매를 관장하는 증권당국에선 이렇다할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증권거래소는 나름대로 외국인들이 손털고 나간다거나 선물시장과 연계한
거래일 것이라는 등의 5가지 추정 시나리오를 내놓았다.

탁상공론으로 짜낼수 있는 일반적인 얘기만 늘어놓고 있다.

한마디로 궁색하기 짝이 없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번 사건은 결코 일과성 해프닝은 아니라는 점이다.

주로 차익거래 형태로 국내 선물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이 결제일을
맞아 포지션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외국에서도 선물 결제일만 되면 만기효과(Expiration Effect)라
하여 이번 사건처럼 현물시장이 출렁거린다는게 선물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선물쪽에서 팔아놓고 현물주식을 사는 "매수 차익거래"에 나선 세력이
많으면 현물주가는 급등하고 반대 경우라면 급락하게 된다는 것.

특히 결제일의 막판 1시간동안은 주가변화가 격심해 "마녀가 준동하는
시간(Witching Hour)"이라 불릴 정도다.

사실 외국인들이 선물을 팔고 현물을 살것이라는 얘기는 외국인들의 선물
투자한도가 늘어난 지난11월초부터 거세게 나돌아 이를 예의주시하겠다는
거래소의 입장이 보도되기도 했다.

정작 그동안 주시했던 결과에 대해선 실망하지 않을수 없다.

당연히 이같은 차익거래의 청산에 따른 예상충격을 알리거나 사후적인
설명이라도 따라야 했다.

"이번 사건은 사춘기에 접어든 여성이 초경을 겪을 때의 충격에 비유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자연스레 그런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모증권사 선물부장)이라는 지적을 새겨들을만 하다.

손희식 < 증권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