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주가가 축포를 쏘아대고 일본과 한국의 주가가 죽을 쑤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단순한 경기동향이나 자금시장으 수급차원만은 아니다.

미국의 주가 뒤에는 자본의 높은 효율성이 든든하게 뒤를 받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자본의 효율성을 중시하자''는 이른바 EVA(경제적 부가가치)지표에 근거한
경영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경제신문은 ''EVA경영''과 자본시장 활성화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는 홍인기 증권거래소이사장, 미국에서 EVA개발과
실제사례를 연구해온 김응한 미시간대 석좌교수, 한국기업의 저효율성
원인을 연구해온 박상용 연세대교수를 초청, 좌담회를 열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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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용교수(사회겸임) =증시가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고 경제전반도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규모나 외형위주의 경영으로는 경쟁이 어렵다고 봅니다.

미국에서는 최근 내실경영의 기법으로 EVA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미국에서 EVA 선풍이 일고있는 배경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 김응한교수 =미국은 70년대부터 80년대초까지 경기가 나빴습니다.

또 80년대들어 M&A의 열풍이 몰아쳤습니다.

주가가 낮으면 M&A의 표적이 되기 때문에 자연히 EVA를 통해 수익성을
높여 주가를 올리는 것이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M&A를 방어하는 최선의 방법은 주가를 올리는 것이기 때문이죠.

EVA를 제일먼저 도입한 회사는 코가콜라였습니다.

코가콜라는 규모로는 세계최고가 아니지만 이제는 EVA로는 세계에서
1,2위를 다투는 우량기업이 됐습니다.

EVA 도입전보다 주가가 50~60배가량 뛴 것이죠.

<> 박교수 =홍이사장께서 세계각국의 EVA 도입현황을 말씀해주시죠.

<> 홍인기이사장 =현재 세계에서 40~50여개사가 EVA를 경영에 활용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미국기업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독일
유럽국가들이 망라돼 있습니다.

일본도 80년대 후반의 거품이 사라지면서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일본경영의 3대 틀이었던 종신고용, 연공서열, 상호주보유등이 깨지고
있는 것이죠.

일본은 전후 재벌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주식을 상호보유하게 됐고
기업들도 은행주를 많이 보유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기관투자가들은 은행주가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대거
팔고 있습니다.

주식보유는 수익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죠.

<> 박교수 =EVA를 도입하면 경제나 기업에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 김교수 =EVA를 도입하면 주주들의 이익이 커진다는 것이 미국과
일본의 비교에서 잘 나타납니다.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지수는 89년말 3만9,000엔에 달했지만 현재는
2만엔정도로 떨어졌습니다.

경제적 기회비용으로 10%정도의 수익률을 감안할때 지금쯤 지수가
7만6,000엔에 도달했어야 하는데 결국 일본 경제의 가치는 3분의1로
축소됐다고 볼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EVA도입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다우존스공업지수가 89년말 2,900에서 지금은 6,400을 넘고 있죠.

일본식경영을 장기적인 안목(Far-sightedness)이라고 칭송하며
미국기업들의 수익성추구를 비난했지만 결과는 미국의 판정승이었습니다.

<> 박교수 =EVA도입은 평가를 통한 성과위주의 경영으로 볼수 있을
것 같은데요.

따라서 EVA를 도입해 엄격히 실적을 평가하는데 두려움을 갖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만.

<> 김교수 =그런 우려를 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EVA도입후 미국 근로자들의 연봉은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제로섬(Zero-Sum)게임이 아니라 모두가 이기는 윈윈(Win-Win)게임이었던
것이죠.

미국은 현재 30년만의 최저실업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즉 EVA도입은 주주에게만 유리한게 아니고 고용인력에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입니다.

<> 박교수 =홍이사장께서 EVA나 주주중시경영을 통한 증권시장 활성화가
우리 경제전반에 대해 가지는 의미를 한번 짚어주시죠.

<> 홍이사장 =우리경제는 고지가 고임금 고물류비용 고금리 고규제라는
이른바 "5고"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입니다.

기업들의 금융비용을 내리기 위해서는 증시에서 자금을 끌어쓰는 에퀴티
파이낸싱(equity financing)이 활성화돼야 합니다.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이 가장 비용이 적은 방법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증시가 활성화 돼야하고 이는 수익성향상을 통해 배당수익을
높일수 있을때 가능합니다.

EVA경영기법을 통해 자본의 효율성을 높이고 여기서 얻어지는 수익으로
일반투자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줘야 증시도 살고 우리경제도 힘을 얻을수
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배당에 대한 사실상의 이중과세를 철폐, 주식투자를 유도하는
등의 정책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 박교수 =우리상장기업의 EVA경영도입 필요성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또 EVA와 주가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 김교수 =EVA는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효율적인 지표입니다.

기존에 쓰던 매출 시장점유율 생산수량 원가 순이익 자기자본이익률
등으로는 투자된 자본의 효율성을 제대로 측정할수 없습니다.

이에 비해 EVA는 투자한 자본의 효율성을 전반적으로 파악할수 있는
지표입니다.

미국에서 통계적으로 분석해보니 주당순이익(EPS)과 주가의 상관관계는
18%였고, 현금흐름(cashflow)증가와는 22%,자기자본수익률(ROE)과는 35%로
나타났습니다.

이에비해 EVA증가와 주가와의 상관관계는 50%나 됐습니다.

<> 홍이사장 =우리나라의 지난해 배당성향은 19%에 그쳤습니다.

과거 고속성장기에는 기업성장에 따른 주가차익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주주에 대한 보상인 배당을 강화하기 위해
EVA도입을 통해 철저한 책임경영체제로 변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 박교수 =EVA를 도입한 해외의 주요사례들이 있으면 소개해 주십시오.

<> 김교수 =IBM의 주가는 연초 90달러수준이었지만 EVA를 도입한후
최근에는 160달러까지 올랐습니다.

또 EVA도입으로 이익이 많이 남자 최근에는 35억달러의 자사주를 매입,
주가를 올려 투자자보호에 나서고 있습니다.

또 미국의 우체국( postal office)은 EVA를 도입해 수십년간의 적자를
마감하고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를 냈습니다.

우리도 공기업에서부터 정부가 시범적으로 EVA를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고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일반기업에
시범케이스가 된다는 의미도 있죠.

<> 박교수 =최근 모그룹이 가치경영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는 아직까지
구호수준인 것 같습니다.

기업들이 EVA도입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홍이사장 =오너나 최고경영자에 권한이 집중돼 있기 때문입니다.

EVA와 경영투명성은 같이 가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경영풍토는 아직은 최고경영자들이 이를 받아들일 분위기가
안돼 있습니다.

<> 김교수 =그렇습니다.

기업들에는 과감히 행동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최고경영자가 분권화에 대해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혼자 챙기기에는 우리기업들의 규모가 너무 커졌습니다.

쪼개 효율화시켜야 합니다.

분권화를 위해서는 경영성과를 파악하기위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EVA를 통해 성과평가를 한다면 분권화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 박교수 =최근 지급이자를 손비로 인정하는 대목에서 부채비율을
고려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이 잡혔습니다.

따라서 기업의 EVA가 더욱 중요시 될수 밖에 없을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본격적으로 EVA를 도입한 회사가 거의 없는데
도입시에는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 김교수 =문화적쇼크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회계면에서 기술적인 어려움도 예상됩니다.

따라서 EVA도입을 위해서는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합니다.

우리사회는 아직 정에 많이 치우치기 때문에 철저한 메리트시스템인
EVA도입을 위해서는 성과를 바탕으로 한 보상제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또 회계시스템도 보완돼야 합니다.

현재와 같이 회사전체를 한묶음으로 보는 회계체계는 별로 도움이
안됩니다.

EVA가 효과를 보려면 공장별 사업부별 본부별로 성과를 측정할수 있는
회계시스템으로 가야 합니다.

<> 박교수 =도입시 주의할점도 많을텐데요.

<> 김교수 =그렇습니다.

절대로 서둘러서는 안됩니다.

먼저 도입한후에 기술적인 문제를 처리하자는 생각은 위험하고 또
갓 시작한 사업부에 대해서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평가를 해야합니다.

신생사업은 감가상각비가 많아 자본비용이 높기때문에 EVA가 낮을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따라서 EVA절대치보다는 변동분을 평가해야합니다.

EVA가 마이너스로 나오더라도 밀어붙이고 정책적으로 키워야할 사업부문이
분명히 있습니다.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 박교수 =정부가 할일은 어떤게 있을까요.

<> 홍이사장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고비용 고규제등의 문제는 정부차원에서도 할수 있지만 투자자본의
저효율성 문제는 기업만이 해결할수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기업이 제대로 돼야한다는 것이죠.

앞에서 언급됐듯이 정부가 솔선해 공기업에 EVA경영기법을 도입한다면
민간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할수 있을 것입니다.

<> 박교수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어떤게 있을까요.

제 생각으로는 상장사들의 공시자료에 EVA를 표시하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할수 있을것 같은데요.

미국에서는 스턴&스튜어트가 상장사 1,000개의 EVA를 매년 발표하고
있습니다.

또 공신력 있는 기관이 나서 EVA를 산출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 박교수 =김교수께서 EVA도입을 위해 선행돼야할 점을 짚어주시죠.

<> 김교수 =우선 자본생산성을 정확히 측정해야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통신의 교환수가 하루에 얼마만큼의 일을 하는가를 정확히
측정해보면 놀랄만한 결과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또 경영하부구조가 바뀌어야 합니다.

현재와 같은 재무방식으로는 EVA도입이 불가능합니다.

미국의 CFO(재경담당최고경영자)와 같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무담당자가 단순히 돈을 빌리는데 그치지 않고 자본을 적절히 배분하고
통제하는 부사장급정도의 직책을 만들어야합니다.

물론 최고경영자의 결단은 필수적입니다.

<> 박교수 =장시간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이자리가 우리기업의 활로모색과 증시발전에 밑거름이 될수
있기를 바랍니다.

< 정리=백광엽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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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VA 경영이란 >>

"경제적 부가가치(EVA : Economic Value Added)"란 세후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뺀 값을 일컫는다.

즉 주주들이 투자한 자본을 활용해 기업이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느냐를 측정하는 잣대가 된다.

예컨대 150억원의 자본으로 15억원의 세후순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자본비용이 18억원(이자율 12%가정)이었다면 EVA는 마이너스 3억원이
된다.

자본비용을 감안하지 않은 과거의 경영개념으로는 15억원의 이익을
남긴 것이 되지만 자본의 기회비용을 따지면 150억원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것보다 은행에 맡겨 이자수익을 얻는 편이 낫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본의 효율성을 따지자는게 EVA개념도입의 근본취지다.

EVA경영이란 이같은 자본의 효율성을 고려,업적이 좋은 사업부문은
늘리고 신통찮은 부문은 폐쇄하는등 기업의 구조조정 또는 경쟁력강화
전략으로 이어진다.

주가측면에서 EVA는 수치가 높을수록 기업의 수익성과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주가도 상승여력이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미국의 스턴&스튜어트컨설팅사에의해 지난 80년대말 도입됐으며 최근들어
미국기업계와 증권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에서 AT&T 휴렛팩커드 코카콜라등 초대형기업들이 앞다투어 EVA를
회사경영관리에 도입하고 있다.

특히 이지표가 경영자들의 업적을 결정하는 잣대로 활용되면서 최근
미국증시의 주가상승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뱅커스트러스트 오펜하이머등 유수 미국증권투자회사들도 이지표를
이용해 투자대상기업을 분석,시장평균수익률을 초과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물론 이EVA지표에는 아직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가장 큰 문제점은 개별기업의 자본비용을 어떻게 계산해내느냐는 것.

누구나 수긍할 수있는 객관적인 자본비용산출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남겨진 과제다.

< 조성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