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주식시장은 후장마감 8분전까지도 종합주가지수가 전날보다 6포인트
떨어진데 그쳤으나 미국계 모건 스탠리가 대형우량주 120만주를
하한가로라도 팔자는 주문을 내놔 급락세로 반전, 결국 15.3포인트나
떨어진뒤 끝났다.

둘째주 목요일로 선물거래 결제일이었던 이날 주가움직임은 이제 우리
증시에서도 선물거래등 파생상품거래가 주가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건 스탠리측의 대량 저가매도주문에 대해서는 증권거래소의 매매심리
절차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선물거래등 파생상품
거래와 연관돼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12월물 선물거래 결제일에 결제기준가격(종가)을 겨냥한 대량매도라는
점에서 우선 그럴 가능성을 점칠수 있다.

또 모건 스탠리측이 매도주문을 낸 종목들이 하나같이 주가지수
선물거래(KOSPI 200)구성종목이자 종합주가지수에도 영향력이 큰 대우전자
LG전자 인천제철 대우중공업 기아자동차 신한은행등 대형우량주라는
점에서도 그런 분석이 가능하다.

모건 스탠리가 이미 선물시장에서 주식을 팔아 매도 포지션을 갖고
있었다면 결제일인 12일 주가가 떨어질 경우 그만큼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증권거래소는 또 현물시장과 선물시장간 주가차이(이론적으로는
선물계약기간중 받을수 있는 배당과 금리)가 벌어질 것으로 보고, 즉
앞으로 주가가 내릴 것으로 봐 팔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있다.

즉 내년3월물로 주식을 매입하는 것과 동시에 현물시장에서 팔았을
수도 있다고 본다.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은 그밖에도 많다.

KOSPI 200 관련 매도권(put warrant)등 파생상품을 갖고 있다 만기를
맞은 해외투자가의 요구에 따라 모건 스탠리가 주문을 냈을 수도 있고,
국내외 금리차를 노려 현물시장에서 주식을 팔면서 동시에 주가지수선물을
매입할 수도 있다.

모건 스탠리의 이번 대량매도가 선물거래 등과 연관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시세조작을 노린 불공정거래"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외국의 경우 선물 또는 옵션거래 결제일에는 이른바 "만기효과"라는게
나타나는 것을 조금도 이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어쨌든 그것은 사법적 판단에 속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서 결론지을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우리가 명심해야할 일은 이제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외국의 그것처럼
선물거래나 파생상품거래와 연계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선물시장 주가움직임에 따라 컴퓨터가 자동으로 현물시장에서 매도
또는 매수주문을 내는 유형의 프로그램 트레이딩이 일반화할 날도 결코
멀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그 과정에서 어쩌면 국내 투자자나 증권회사가 피해를 볼 가능성도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선물시장, 나아가서 옵션시장과 파생금융상품거래 등을 정착시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이번 모건 스탠리건은 자본시장과 금융의 선진기법을 익혀나가기까지
우리가 체험해야할 갖가지 일을 예고하는 것이고,그만큼 배워야할게
많다는 것을 일깨우는 사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