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노동법 개정에 맞선 민주노총의 1차 총파업의 강도가 당초계획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노동계가 투쟁수위조절에 고심하고 있는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총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일부에서 파업 일정을 조정하자는 주장이 제기
되는가 하면 상당수의 단위노조들이 파업시간을 단축하거나 정상근무시간을
피해 파업을 벌인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또 지하철 병원 통신등 공공노조는 일단 13일 파업에는 불참한다는 입장을
이미 표명했다.

민노총 산하 대형조직인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합은 파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민노총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노총 이영희의장과 현대자동차 정갑덕위원장 등 현총련 간부들은 이날
오전 상경해 권영길위원장 등 민노총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현장분위기를
전하고 정치권 동향을 주시하면서 총파업 일정을 조정해 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11일 밤 열린 현총련 중앙위원회에서는 섣불리 총파업에 돌입
했다가 잘못되면 입지만 약화될 수 있다는 신중론이 강하게 제기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관련, 노동부 울산지방노동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민노총의 총파업
강행방침에 대해 현노총 산하 단위사업장에서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면서
"노조 간부들 사이엔 노동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도중에
총파업에 돌입하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고 전했다.

민노총 산하의 서울지하철 한국통신 조폐공사와 전국병원노조연맹 등 공공
부문은 13일 총파업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해놓고 있는 상태다.

서울지하철공사노조의 경우 13일에는 역사안에 대자보를 붙이는 등 홍보
활동으로 파업을 갈음하고 16일 근무시간후 조합원총회를 열어 투쟁방침을
결정키로 했다.

부산교통공단 노조도 지난 10일 열린 조합원총회에서 13일 파업에는 동참
하지 않고 17일 오전 4시부터 파업에 돌입키로 했다.

서울대병원 등 병원노련 소속 병원들은 13일 파업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으며 16일부터 민노총의 총파업 지침대로 따르기로 결정했다.

13일 파업시간을 민노총 방침(오후 1시부터 4시간)보다 짧게 잡거나 점심
시간 또는 근무시간 직전에 파업을 벌이기로 방침을 세운 노조도 적지 않다.

창원지역의 경우 한국중공업 통일중공업 등 2~3개의 노조만 민노총 지침
대로 파업에 동참하기로 결정했으며 대부분은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 직전에
1~2시간만 벌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민노총의 정성희 대외협력국장은 이와관련,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
연내처리 방침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예정대로 13일 오후 1시를 기해 4시간
시한부파업을 강행은 변함 없다"고 밝혔다.

또 시한부파업에는 현대중공업 기아자동차 대우중공업 등 약 3백개의
노조가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