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9월초에 예식장 이용계약을 체결한 후 11월 중순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이다.

그런데 예식 당일 주차비 문제로 예식장측과 분쟁이 발생하였다.

분명히 계약시 주차장은 무료라고 하였는데 하객들에 대해 주차비를
징수한 것이다.

예식장측 설명에 의하면 9월 중순 서울시에서 교통난 해소 대책의
일환으로 주차장을 유료로 하는 지침을 마련하여 구청으로부터 공문이
왔다는 것이다.

계약과 다름을 항의하였으나 행정기관의 시정권고를 따르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해하라고 한다.

100여명의 하객이 약 2시간 동안 유료로 주차하였는데 지불한 주차비의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는가.


답) 일반적으로 당사자간의 역무제공계약에서 천재지변이나 파업, 정부의
지시, 기타 불가피한 사유 등에 해당할 경우에는 당사자에게 계약이행의
책임이 면제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항공여객운송약관에 법령, 정부기관의 명령 또는 요구, 소요,
전쟁, 천재지변 등의 경우에는 항공사에서 목적지까지 운송을 못하더라도
면책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다만, 이중에서 정부와 관련한 이유는 천재지변 등 다른 불가피한
요소와는 다소 다른 측면이 있다.

정부의 지시 또는 명령, 요구 등은 공공의 목적을 위한 것이므로
사업자로서도 마땅히 준수할 책무가 있다고 하겠으나 이것이 개인간의
계약책임을 당연히 배제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당사자간 사전에 계약 내용으로서 면책을 규정하지 않았다면
그 사안을 보아 판단하여야 할 문제이다.

먼저 예식장 주차장 유료화와 관련하여 구청에서 보낸 공문의 성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구청에서 발송한 공문은 "교통난 해소를 위한 결혼예식풍토 개선대책"
이었는데 서울시에서 예식장 주변의 교통수요를 감축시키기 위해 마련하여
각 구청을 통해 업소에 시달한 것이다.

이는 내용으로 보아 업계에 대한 협조요청 성격의 공문으로서 법적으로
이행의 강제성이 없으며(물론 사업자로서 성실히 협력할 사회적 책무는
당연히 별개이다) 이를 이유로 민사계약위반의 면책을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

나아가 법령에 규정된 사항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행정상의 단속을 위한
경우에는 위반행위를 한 사람을 처벌하는데 그치고 그 사법상의 효력은
부정하지 않는다.

이 사례의 경우 사업자의 계약위반이 분명하므로 지불한 주차비를 전액
반환 청구할 수 있다.

문제는 반환금액의 입증인데 주차비가 개인별로 소액이 지불된데다 그
금액도 각각 다를 것이므로 혼주로서 이를 일일이 확인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양당사자가 방명록, 예식 및 피로연시간 등을 참고하여 원만히
합의하되 불분명한 점에 대해서는 예식장측이 원인제공자로서 더 많은
위험을 부담하여야 함이 타당할 것이다.

이병주 < 소비자보호원 서비스팀장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