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에 따른 부도 한파가 마침내 철강업계에까지 몰아닥쳤다.

중견 전기로 제강업체인 환영철강의 부도는 판매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에 위기감을 확산시키기에 충분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부분의 전기로 제강업체들이 철근과 형강의 재고 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견 상장회사가 쓰러짐으로써 철강업계에 연쇄부도
우려마저 불러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환영철강의 부도원인은 크게 세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주요 생산품목인 철근의 판매부진이다.

이 회사의 연산 철강제품 생산량 60만t중 46만t을 차지하고 있는 철근이
국내 건설경기 냉각으로 판매량이 격감한 것.

철근의 경우 국내 철근 메이커들이 현재 총 45만t 정도의 재고를 떠안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 인천제철 강원산업 등 대기업들마저 고육책으로 30-40%정도의
감산에 돌입한 실정이다.

이런 판에 중소 업체들의 애로는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실제로 환영철강은 철근 판매난으로 지난 상반기 매출이 8백33억원에
그쳤다.

작년 같은기간의 9백9억원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상반기중 당기순이익도 1백52억원의 적자를 낼 정도였다.

둘째 부도원인은 무리한 설비확장에 따른 자금애로.

환영철강은 지난 78년 준공한 부산공장에 이어 지난 90년대 초반 당진에
1백t급 전기로 공장을 증설했다.

당시 중소업체가 대부분 그렇지만 환영철강도 넉넉치 않은 여유자금으로
막대한 설비투자를 강행하다보니 자연히 자금줄이 조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당진공장 준공이후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하자 마자 철강경기가
얼어 붙은 게 환영엔 설상가상의 악재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셋째 당진공장의 위치도 환영철강의 발목을 잡았다.

대부분의 철강업체들이 부산 인천등 항구를 끼고 있는데 반해 환영철강은
당진공장이 내륙에 자리잡아 원료인 고철수입이나 제품수송등에서 그만큼
물류비 부담이 컸다.

결국 과다한 물류비가 환영철강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던 셈이다.

어쨌든 환영철강의 부도는 전반적인 철강경기 불황에 따른 "예고된 결과"
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제 부도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건설등 일부 업종에서만 걱정할게
아니라는 얘기다. 환영철강의 좌초는 가뜩이나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는
철강업계의 목을 더욱 조이는 불길한 징조임에 틀림없다"(H제강 관계자)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