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은 가는 해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또 새해에 대한 희망으로 다소
들뜨는 분위기가 된다.

그러나 너무 들뜨다 보면 한해의 마무리를 그르치기 쉽다.

올해의 경우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경제적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주가 700선 붕괴" "무역적자1,000억달러" "감원및 조기퇴직 파문"등이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로인해 회사를 경영하든 직장을 다니든 다들 울상이며, 심지어 직장을
잃어 썰렁한 세밑을 보내야 하는 사람도 적지않다.

마음적으로도 스산하기는 마찬가지다.

어느때부터인가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고아원, 양로원 등을 찾는 길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불경기 탓뿐만아니라 우리 마음들이 각박해져 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주차시비로 이웃간에 얼굴 붉히기, 귀가하던 여고생 추행사건 등
험악한 사건들이 신문사회면에 비일비재하게 등장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어디다 마음을 둘지 몰라 세상에 대한 두려움만 간직한
채 술로 한탄하며 순간의 망각을 찾아 연말을 보내려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연말을 자기 자신의 반성과 어려운 곳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갖는
시간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송년회" "연말 목표달성"등 더 없이 바삐 보내야 하는 12월이지만
잠깐만이라도 지나온 1년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차분한 시간을 갖도록
해보자.

"연초에 마음먹었던 일들이 잘 진행되어 왔는지" "가정과 직장에서
대인관계는 어떠했는지"를 돌아보며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이제는 흥청망청 술을 먹는 송년회는 사라져야 한다.

요즘은 "술 없는 송년회" "여행가는 송년회" "아침먹는 송년회"라해서
뭔가 새롭게 송년을 맞이하려는 움직임 많다고 한다.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여기에 덧붙여 어려운 자신의 이웃을 찾아 함께 보낼 수 있는 송년회를
갖는 것도 좋을 법하다.

대나무는 나무 가운데 아주 가는 줄기를 가졌다.

그러나 이 나무가 곧게 자라는 것은 마디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도 대나무처럼 곧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단한 마디를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

연말을 우리 인생의 단단한 마디를 만드는 시간으로 삼아,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아울러 우리 이웃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