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분석가로 일하고 있는 사람처럼 어려운 직업도 없는듯 싶다.

항상 가능성에 살고 희망에 숨쉬는 직업이다 보니 주로 낙관적 견해를 찾아
연구하게 되는 직업의 속성 때문에 요즘처럼 이렇게 주가가 급락하고 나면
한 순간에 거짓말장이가 되고 만다.

그래도 하락장세 초기에는 직업의식으로 이겨내고 다시 반등할수 있는
여지를 찾으려 노력하게 되지만 그렇게 몇번의 좌절속에 치체가 장기화되면
드디어는 마지막 낙관론자인 투자분석가조차 비관론으로 기울게 된다.

이럴 때는 대개 장세비관에 대해 확신이 있어서라기 보다 그동안의 예측이
번번히 빗나갔기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그냥 시류에 동조하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요즘 아마 이런 심정의 투자분석가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서양에선 분석가들이 실망의견을 내면 주식을 사라는 말도 있다.

매주 본란에 이 글을 싣고 있는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장세를 또한번 곰곰 생각해 보았다.

과연 지금까지 한국증시는 무엇이 중심이 되어 이끌어 왔는가.

지난 92년의 바닥에서 94년의 천정까지 그리고 지금 다시 흘러내리고 있는
장세까지 시장의 중심은 무엇이 이동시키고 있었는가 하고 분석해 보았다.

이제까지의 결론은 외국인 주식매수와 경기흐름이라는 생각이다.

그들이 처음 들어와 반년쯤 지나면서 경기는 주가와 함께 회복했고, 그들의
지분이 점차 확대되면서 경기도 꽃을 피워 주가도 상승세를 탈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외국인 한도도 웬만큼 열린 상태에서 국내경기가 냉각되고
있기 때문에 주가도 급랭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지금정도의 외국인 투자한도라면 그들의 한국시장 전략은 이제
일상적인 매매수준에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장세는 전적으로 우리의 경제여건에서 답을 찾아야 하겠다.

중요한 것은 내년에 과연 경기가 바닥을 지나갈 것인가.

만일 지나간다면 언제쯤일까 하는 것이다.

만일 최근 논의처럼 내년 2.4분기나 3.4분기에 경기바닥이 지나간다면
지금은 분명 3~6개월 앞서 나타나고 있는 바닥장세임에 틀림없다.

더욱 분명한 바닥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국가적으로 증시를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점이 그렇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선 주가를 어느 정도 올려놓고 보자는 증시 관리
대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 내려가지 않게 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바닥이기 때문이다.

< 아태경제연구소 소장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