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어도 그에 못지않은 중요한 요소죠.

그러나 우리말을 바로쓰는 중요성을 방송이 너무 간과하고 있어요"

강영은씨(34).

MBC아나운서다.

지금은 MBC FM을 통해 새벽 4시부터 5시까지 진행되는 "깨어있는 당신을
위하여"라는 음악프로그램의 DJ를 맡고있다.

또 MBC-TV에서 볼링을 중계할 때 그녀의 모습을 볼수 있다.

그녀는 올해 조그마한 보상을 받았다.

지난달 30일 아나운서클럽이 주관한 아나운서 시상대회에서 클럽회장상을
수상한 것.

특정 프로그램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그녀의 아나운서생활 전반을
평가받은 상이어서 가장 값진 상으로 생각된단다.

"요즘 사람들은 품위없는 말을 한다거나 생각나는대로 쉽게 말을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요즘 청소년들이 말을 길게 못하는 것도 논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어요.

문제는 방송이 이러한 추세를 선도하거나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죠"

강씨는 그래서 방송에서 "아나운서의 역할"이 누구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근들어 탤런트 가수등이 아나운서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아나운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변화(?)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인기만을 이유로 자질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을 기용해,
시비가 일어나는 경우를 간혹 볼수 있어요.

아나운서는 일단 자질면에서는 검증을 거친 사람들이죠"

남들은 화려한 직업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나운서의 하루는 생각보다
빡빡하다.

아나운서는 한 회사의 직원이라서 자신의 프로그램을 맡고있든 그렇지
않든 처리해야할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강씨의 경우 아침 8시에 출근해 "깨어있는 당신을 위하여"로 보내지는
PC통신의 사연과 엽서를 정리하고 이날 내보낼 음악을 고른다.

9시반부터 11시까지는 녹음을 한다.

새벽 1시이후에 방송되는 심야프로는 대부분 미리 녹음을 해둔다.

일이 끝나면 간혹 시간별로 방송되는 라디오뉴스를 진행하고 캠페인
내용을 녹음하는등 다른 일을 위해 대기하는 경우도 많다.

긴장감이 항상 몸에 배어있어 정신적인 피로도 대단하다.

그러나 그녀는 청취자들과 함께할수 있다는 방송의 매력이 그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음악이 흐르는 밤에"라는 심야 프로그램의 DJ를 맡고있다가
해외연수를 갔다왔을 때의 일.

1년간의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다른 음악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있는데
소포가 왔다.

그 소포에는 다시 강씨의 방송을 듣게돼 기쁘다는 애청자의 사연과
함께 그녀가 "음악이 흐르는 밤에"의 마지막 방송을 한 내용이 그대로
녹음된 테이프가 들어있었다.

지금도 방송생활을 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경험이었다고 한다.

바로 이런 것이 방송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라는게 그녀의 얘기다.

그녀는 아나운서로서 조그만 꿈을 갖고있다.

외대 불문과출신답게 출중한 불어 발음으로 샹송프로그램을 진행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방송언어에대해 체계적인 공부를 해 논문을 써보는 것이다.

"아나운서의 활동영역은 넓습니다.

단기간내에 한쪽 영역에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욕심은 금물이죠.

방송에 대한 사랑만 있다면 언젠가 자기에게 맞는 분야에서
아나운서로서의 역량을 펼칠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녀가 욕심많은 후배들에게 해주는 충고다.

<김태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