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통화운용방향을 놓고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이 이견을 노출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5%대로 떨어뜨리는 일이
있더라도 국제수지와 물가상승률을 낮추기 위해선 내년 통화증가율을 최소화
해야 하고 중심통화지표도 당장 MCT(총통화+양도성예금증서+금전신탁)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재경원은 내년 통화증가율을 급격히 낮추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중심
통화지표를 MCT로 변경하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재경원과 한은이 내년 통화운용방향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은 크게는 거시경제운용방향에 대해, 작게는 금전신탁의 통제권에 대한
입장차이에 따른 것으로 금융계는 풀이하고 있다.

즉 한은은 내년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이하로 낮아지는 한이 있더라도 국제
수지적자를 축소하고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경제운용방향을 설정해야
하며 이를 위해선 통화증가율을 가능한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재경원은 내년 대통령선거를 의식, 적정수준의 성장을 달성하는 것과
함께 국제수지적자를 줄이는 방안을 함께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중심통화지표의 경우 한은은 금전신탁에 지급준비금을 부과하지 않더라도
MCT를 중심통화지표로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반면 재경원은
MCT가 속보성은 문제가 없으나 통제성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심통화지표의 경우 금전신탁에 대한 관할권(구체적으로 지준부과
문제)에 대해 재경원과 한은이 이견을 노출, 당장 내년부터 중심통화지표를
MCT로 변경할 것인지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관련, 박철 한은자금부장은 "재경원이 예산안심의로 국회에 매달려
있는 까닭에 아직 내년 통화운용방향에 대해 본격적인 협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만간 통화운용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들은 통화당국이 내년 통화운용계획 확정을 미루고 있어 여수신
계획 등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급적 빨리 통화운용방향을 확정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