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산이나 이탈리아제 외에는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세계 고급 복지시장
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한국산 복지가 있다.

착당(옷 한벌을 만들수 있는 분량의 복지) 값이 1천만원에 달해 "황금의
원단"이라고 불리는 제일모직의 "란스미어 170"이 바로 그 제품이다.

란스미어 170은 1PP 양모를 원료로 사용하는 1백30수 복지.

130수 복지란 양모 1g을 가지고 130m의 실을 뽑아내 만든 복지로 제일모직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130수 실은 굵기가 가늘고 매우 섬세하기 때문에 고유한 기술 노하우와
첨단설비를 갖춘 기업만이 생산할수 있다.

지금도 세계에서 이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제일모직과 이탈리아의
로라피아나사, 일본의 후지모직 등 3개 업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란스미어 170은 최첨단 기술을 필요로 할 뿐만아니라 원료도 세계 최고급인
1PP를 사용한다.

보통 양모는 스타일 굵기 길이 색상 부착잡물 등에 따라 품질을 구분하는데
호주양모공사(AWC)는 이를 기준으로 양모를 975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1PP 양모는 975개 등급 가운데 최상급 양모다.

잡물함량이 0.5%로 일반 양모(1~3%)보다 훨씬 낮아 순백색이 나는 1PP는
연간 생산량이 세계적으로 2,000~3,000kg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격이 일반
양모의 30배 이상으로 비싸다.

1PP 양모는 공급물량이 적은 만큼 구매를 위한 경매 또한 매우 치열해 세계
최고급 복지회사에만 공급되고 있다.

제일모직이 지난 89년 구매에 첫 성공하기 전까지 1PP 양모를 공급받았던
업체로는 당시 복지 전문메이커로 세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이탈리아의 로라피아나사와 일본의 후지모직 등에 불과했다.

특히 제일모직이 개발한 130수 복지의 경우 1PP 양모 중에서도 14.7마이크론
의 양모를 원료로 사용했다.

제일모직은 란스미어 170을 연간 1백착 분량만 한정 생산해 전량 해외판매
하고 있다.

생산량 제한은 물론 원료가 희소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복지시장에서
구하기 힘든 제품이란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상품의 가치를 높이려는 제일모직
의 고도의 마케팅 전략에 따른 것이다.

제일모직은 란스미어 170은 생산량이 적어 수출금액으로 치면 10억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최고급 복지라는 점에서 자사제품은 물론 한국산 복지의 이미지는
높히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손상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