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나 도요타보다 더 싼 값으로 아시아시장을 공략한다"

일본과 한국자동차메이커들을 바짝 긴장시켜온 미국 포드의 아시아카전략이
마침내 수면위로 떠올랐다.

시장탐색정도가 아니라 아시아시장의 터줏대감격인 일본차를 상대로 정면
돌파작전을 구사한다는 비장한 각오다.

포드자동차의 웨인부커부사장이 최근 발표한 "아시아카 시장전략"은 일본
이나 한국업체들의 의표를 찌르기에 충분하다.

"일본차보다 싸면서 더 실용적인 차를 만든다"는 것이 "아시아카" 전략의
핵심이다.

미국메이커들이 실용성을 앞세울 것은 예견됐었지만 "저가전략"을 구사
하겠다는 것은 전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생산대수도 당초 예상을 넘어선 2000년까지 20만대, 생산거점도 이미
발표된 태국외에 중국까지 포함시킨다는 네트웍전략을 확정지었다.

이는 처음부터 일제차 전면전을 불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포드가 지난 1년간 심사숙고한 마케팅전략은 아시아의 급신장하는 중산층
가정과 도시 셀러리맨층뿐만 아니라 농촌소비자까지 타깃으로 한다는 것.

구체적인 시장경쟁상대는 일본 혼다의 아시아카 "시티"나 도요타의
패밀리카로 잡혀졌다.

시티의 도시지향성과 도요타의 "패밀리어필" 전략을 동시에 치고 나겠다는
야심만만한 특화전략이다.

부커 부사장은 "혼다 시티보다 저렴하면서도 미제 특유의 넉넉한 디자인
으로 중산층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면 일본 아성을 깰수 있다"고 장담한다.

"혼다시티의 1만4천9백49달러"보다 싸야한다는 전략은 단순히 가격차별화만
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

포드는 혼다 시티가태국에서 먹혀든 것을 일본 아시카의 승리로 보기엔
시기상조라고 평가절하한다.

혼다 시티가 타일랜드에서 먹혀들었지만 동남아의 다른 나라에서 팔리기엔
이들의 소득수준이 너무 낮다.

포드는 이에 착안, 가격전략을 저가전략으로 끌고가겠다는 복안이다.

이 회사는 또 일제차들이 아시아의 도시셀러리맨들 만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개념을 설정한데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한다.

부커씨는 "아시아의 광활한 농촌지역과 인구를 고려할때 도시감각을 너무
강조하는 것은 무리"라고 진단한다.

포드는 이같은 분석에 따라 일종의 "도농통합형" 디자인감각을 아시아카의
기본형으로 채택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전략에 따라 포드 디자인팀에 내려진 아시아카의 디자인지침은
확실히 일제차와는 차별적이다.

뭣보다 도시근교의 비포장도로를 달리는데 지장이 없도록 차체가 혼다보다
약간 높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다음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아시아 가정의 다산을 감안, 3-4명의 자녀를
태우는데 무리없도록 뒷자석도 일제차보다 넓어야 한다는 것도 디자인의
핵심이다.

포드는 아시아 중소도시 중산층의 주류를 이루는 소상인의 일상생활까지
디지인에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소형 수퍼를 경영하는 중소자영업자가 주중엔 상품을 실어나르고
주말엔 패밀리카로 쓸수있도록 시트등을 융통성있게 만들기로 했다.

포드는 결국 픽업트럭과 승용차를 겸한 다용도로 아시아카를 생산할 것으로
보인다.

부커 부사장은 "픽업트럭을 만들겠다는 당초 전략을 수정, 픽업과 승용차를
함께 생산하거나 다용도카를 만드는 계획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4억73만달러를 투입, 태국에 아시카 공장을 세워 오는 98년
5월부터 생산에 착수한다.

초기 생산규모는 매년 13만5천대이지만 2년뒤인 2000년에는 20만대로 늘려
채산성을 맞춘다는 것이 포드측의 설명이다.

태국에 이어 중국 공장건설도 내년에 착수할 계획이다.

< 이동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