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간 협의체인 WTO(세계무역기구)가 출범한 이후에도 미국 등 선진국은
쌍무협상을 통한 통상압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한편 통상관련 국제규범에 대해서도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국가간
불협화음을 빚고 있다.

국익만을 앞세운 선진국들의 힘겨루기가 어느때보다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국제통상학회는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27일 "한국무역의 문제점"
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해 최근의 국제통상협상의 흐름을 짚어보고
향후 우리나라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김인철 성균관대교수는 "수입급증으로 인한 산업피해
판정은 해당품목이 국내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보다 면밀히 점검한 뒤에
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편집자 >

=====================================================================

[[ 농산물연관산업 관세보호 ]]

김인철 < 성균관대 교수 >

지난 1993년말 UR(우루과이 라운드)협상이 타결됨에 따라서 우리나라
농업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농산물의 관세인하와 보조금감축으로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는 매우
어두워졌다.

WTO(세계무역기구)체제가 출범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농업보조금과 농산물
수입제한을 연차적으로 철폐해 가야 하는 상황에 와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농산물 가공산업이자 대두가공산업인 대두유와
대두박산업이 수입급증으로 인해 최근 무역위원회로부터 산업피해판정을
받았다.

우리나라 농산물은 1991년부터 수입이 본격화되었으며 1995년 UR협정이
발효되기 전에 이미 대두유와 대두박산업은 수입급증으로 큰 피해를 받기
시작하였다.

이에 대두가공업계는 수입급증으로 인한 산업피해조사를 신청하였으며,
무역위원회에서 이를 받아들여 피해조사를 한 결과 1994년 8월 대두박산업
피해판정을 내렸다.

그리고 1995년 12월에는 대두유산업 피해판정을 내렸다.

WTO체제내에서는 GATT(무역관세일반협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수입급증으로
인하여 국내산업이 피해를 받으면 세이프가드조항을 적용하여 정부는
한시적으로 구제조치를 취할 수 있다.

대두가공산업을 한시적으로 구제하는 데 있어 실효보호관세의 원칙에
입각하여 대두유와 대두박생산의 주원료인 대두의 관세를 인하하는 것이
대두가공산업을 보호할 것이라는 사실은 비교적 쉽게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대두가공제품인 대두유와 대두박의 관세율을 인상함으로써 대두
가공산업에 생산되는 연산제품이기 때문에 2개 제품 중 한 개의 관세율
변동은 다른 한개의 생산과 소비품이지만 동시에 축산물의 사료로 쓰이는
중간재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대두박의 관세율인상은 대두가공산업을 보호하는 효과는 있느나
축산물산업에는 피해를 주는 문제가 발생한다.

정부는 농산물가공산업의 합리적 보호라는 차원에서 그리고 대두유와
대두박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목적으로 대두가공산업을 한시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

그래서 대두가공산업의 실효보호를 위해 원칙적으로 원료나 중간재의
관세율은 내리며 최종재의 관세율을 올리는 정책을 써야 한다.

그러나 대두박은 축산업의 원료가 되므로 대두박관세율 인상은 대두유와
똑같이 할 수 없다.

사회적 조정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느 특정산업의 관세율만 대폭
조정하는 것보다는 모든 관련산업의 관세율을 조금씩 조정할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대두관세는 하향 조정하여 대두유관세는 상향 조정한다.

그러나 대두박관세는 그대로 두거나 조금 상향조정을 할 수 있다.

그대신 대두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비가격지원을 모색해 볼 수 있다.

국내 대두박산업이 완전히 망하는 것은 대두박의 안정적 공급에 위협을
주게 되므로 축산업계도 그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입장에서 보아도 한국의 대두 가공산업이 위축되거나
망하면 미국의 대두수출에 큰 지장을 준다.

어차피 한국이 대두유와 대두박은 미국외 국가로부터 수입하기 때문에
미국측도 ROU 관세율 재협상에 응할 충분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