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의 수매가동결끝에 정부가 올해 추곡수매가를 3% 인상키로 한 것은
농민들의 쌀생산의욕을 높이기위한 최소한의 성의표시로 풀이된다.

이는 산지시세 수준으로서 앞으로 추곡수매가격결정에서 산지시세가 중요한
준거가 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당초 재정경제원 등에서는 추곡가를 올해도 동결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
했었다.

국내 쌀값이 미국 태국 등 국제가격의 4-5배 수준이 돼 국제경쟁력이 없을
뿐아니라 올해 대풍으로 단위당 생산량이 늘어 생산비는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재경원의 이같은 주장은 물가압박을 염두에 둔 것으로 수매가인상이
전반적인 쌀값 인상으로 파급되고 이것이 다른 물가도 자극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농민단체 등에서는 지난 2년동안 추곡수매가가 동결돼 왔으므로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 7-13%는 수매가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같이 인상하지 않을 경우 농지감소를 막기가 어렵고 이는 주곡인 쌀의
자급기반을 붕괴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재경원이 주장했던 것처럼 쌀값을 동결할 경우 쌀수매에 차질을 초래,
거꾸로 쌀값을 올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구나 쌀자급이 위기에 처한 이때 이처럼 내리 3년을 동결할 경우 더이상
쌀농사를 지으라고 권유할 낯이 없게 된다.

정부의 적극적인 권유에 말없이 따라줘 올해의 대풍을 일궈낸 농민들의
노고는 참작해야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수매가논의과정에서 이환균차관의 "동결방침"에 대해 이수성총리가 제동을
걸고 나섰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렇다고 수매가를 대폭 올리자니 정부가 수매할 수 있는 양이 대폭
줄어들게 된다.

세계무역기구(WTO) 농업협정에 따라 수매보조금은 지난해부터 매년
7백50억원씩 감축토록 돼있다.

따라서 96년도 수매가를 기준으로 해마다 40만석씩은 수매량을 줄여야
하는데 여기에다 1% 수매가를 올릴 때 수매량은 10만석이 더줄게 된다.

따라서 수매가를 대폭 올리면 정부수매 대폭 감소 <>산지쌀값하락으로
이어져 농가소득에도 꼭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다.

결국 정부가 3% 수준에서 추곡가를 인상키로 한 것은 소위 "국제경쟁력
논의"와 "쌀생산의욕고취"의 중간선을 택한 것으로 평가된다.

농림부는 이로써 정부보유재고를 적정수준에서 유지하면서 농민들도 어느
정도는 만족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수매안은 1등품 13만6천6백60원, 2등품은 13만5백원인데 현재 산지에서
거래되는 양질미의 중상품시세는 80 짜리가 13만3천원선이어서 정부안은
산지시세를 그대로 반영한 셈이다.

이 수준에서 정부수매가 3백만석이 이뤄져 앞으로도 수매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추곡수매가 결정과 관련해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은
올해 추곡수매가를 ''최소한의 농가소득을 보장''하는 선까지 올리지 않을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의 반응이 주목된다.

농민회총연맹은 12.3%를 인상하고 수매물량은 8백50만섬으로 하되 3백만섬
을 싯가수매해 주도록 요청하고 있다.

또 농협중앙회도 7.1%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어 정부의 ''3% 인상안''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뜨거운 설전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채자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