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회원국별 쿼터와 전체산유량을 결정하기 위해
제101차 각료회담을 27일 빈에서 갖는다.

이번 회담은 특히 이라크가 석유수출을 위해 유엔의 결정에 무조건 승복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열려 시기적으로 단순한 정례모임으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하다.

관심의 초점은 지난 6월 회담에서 상향조정한 OPEC전체산유량(하루
2천5백3만3천배럴)을 국별쿼터변경을 통해 다시 늘릴 것인지의 여부다.

이에 대해 수브르토 전OPEC사무총장은 "올해 OPEC산유국의 석유수출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대폭 늘어나 생산증대 필요성이 사라졌기 때문에 생산쿼터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최근 전망했다.

OPEC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 쿠웨이트
리비아 이란 등은 동결을 희망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란의 골람레자 아가자데석유장관은 "생산상한(전체산유량)을 증대
시켜서는 안된다"고 최근 강력히 주장했다.

차기 의장에 내정된 리비아의 압달라 엘 바드리석유장관도 "유가강세를
지속하기 위해 쿼터량을 동결할 것"을 촉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도 이번 회담에서 전체산유량을 변경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OPEC산유량동결입장은 이라크산원유 수출이 임박해짐으로써 더욱
절실한 조치로 비춰지고 있다.

이라크가 유엔결정에 무조건 승복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함으로써 하루 약
70만배럴의 석유가 내년1월중에는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라크산석유는 지난9월 이라크의 쿠르드족 거점점령과 미국의 미사일공격
으로 유엔으로부터 수출중단조치를 받아 왔다.

이라크산원유가 수출시장에 나오면 자연스럽게 물량조절이 이뤄짐으로써
OPEC산유량확대 필요성이 사라진 셈이다.

또 산유량을 늘릴 경우 강세를 보이는 국제유가가 약세로 돌아설지 모른다
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OPEC바스켓유종평균가격은 최근 배럴당 22.70달러를 기록, 9월이후 3개월
연속 21달러선을 넘어섰다.

이는 OPEC의 목표치(배럴당 21달러)를 달성한 것으로 회원국은 이 수준에
만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적으로 베네수엘라등 일부 산유국들은 쿼터량을 초과해 증산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OPEC는 지난달 하루 2천6백3만배럴을 생산,
쿼터량보다 1백만배럴정도 증산했다.

이에 따라 OPEC가 추가증산을 결의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추가증산을 결의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라카드 OPEC의장은 이번 회담에서 "쿼터확대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OPEC가 세계원유매장량의 70%를 점유하지만 시장점유율이 40%에
그쳐 일부회원국들이 시장점유율확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가 대표적인 나라로 이번 총회에서 쿼터조정안을 의제로 상정할
방침이다.

물론 이같은 방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OPEC가 현유가에 만족하는데다 이라크원유수출재개가
확실시되는 만큼 산유량동결 합의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유재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