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 4월말 북한에 5천t의 밀가루를 비밀리에 보냈다"는 항간의
소문이 국회 예결위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돼 정치권에 파란이 일고 있다.

21일 예결위 청와대 예산심의에서 국민회의 김영진의원은 "이같은 사실을
보도하려던 모주간지가 청와대와 안기부의 사전통제로 기사내용을 삭제했다"
며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의원은 "이 밀가루의 구입처는 중국 요령성이고 대련항을 통해 북한에
반입됐으며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한승수 재경원장관이 이 일에 주도적으로
관여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밀가루와 관련한 북한과의 교섭은 김영일이라는 사람이 맡아서했다
며 김광일 비서실장에게 사실여부를 추궁했다.

김실장은 이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으며 따라서 보낸 시기나 구입처 주도자
가 누군지 답변할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실장은 "김영일이라는 사람을 아느냐"는 질문에 "김영일이 아닌 김양일
이며 밀가루가 아닌 밀로 알고 있다"고 대답, 보도내용을 잘 알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김실장은 "김양일은 한국식량협회라는 미국내 단체에서 일하는
재미교포로 한번 만난적은 있으나 이런 일과는 관련없다"고 대답했다.

국민회의 이해찬의원과 자민련 이인구의원도 "주간지가 밀을 보낸 당사자
로부터 확인한 내용을 기사화했으나 청와대의 압력으로 삭제됐으니 국회에서
진상을 규명해달라고 공식 요청해온 것이다"라며 김실장의 성실한 답변을
촉구했다.

한편 11월8일자로 20일 발행예정이던 문제의 시사주간지는 "청와대, 북한에
밀가루 5천t 제공"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같은 사실을 북경소재 북한의
대외경협 창구인 금강산개발총회사의 한 고위관계자로부터 확인했으며
밀가루 제공은 월드컵 유치에 도움을 받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 김선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