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호 < 한국산업표준원장 >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10%이상의 성장률로 세계를 놀라게 해온 우리는 작년말부터 성장률이 눈에
띄게 둔화되더니 연성장목표를 한자리 숫자로 낮추어 잡고도 이를 달성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수출증가율이 낮아지고 무역적자는 커져서 금년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저축률도 감소된다고 한다.

바로 국제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렇게 경제가 어려운 원인이 고임금 고이자율 고토지비용 고물류비용 등
4고 현상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고임금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즉 생산성과 비교해서 이를 초과하는 부분을 의미한다.

생산성을 고려하지 않고 임금인상이 이뤄진다면 고임금이 될수밖에 없다.

이자율은 경제주체인 국고-기업-가계의 소비지출이 과다하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때 비생산적인 향락 사치 낭비에의 수요증가가 문제이다.

토지비용 상승도 경제적요인 외에 토지를 선호하는 전통적 사회적요인 등에
영향을 받는다.

고물류비용은 도로 철도 항만및 공항시설 등의 사회간접시설이 부족,
물류량이 폭주할때 지불 또는 손해를 보아야 하는 시간 노력 비용을 말한다.

물류량에 맞춰 사회간접시설을 확충하는 일은 장기계획과 막대한 국가적인
투자가 소요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어찌할수 없는 일이다.

어떤 묘안이 있을수 있겠는가.

임금동결은 노조와의 합의가 어렵고 임대료의 동결은 80년대말의 임대차
보호법으로 인한 혼란을 상기하게 한다.

이자율의 인위적인 인하조치는 통화량 증가를 의미하는데 이는 인플레를
유발시킬 위험이 있다.

이렇게 대증적인 조치는 더 큰 부작용과 혼란을 낳을수도 있다.

몸에 중병이들면 기초체력을 보강하여 투병하는 이치와 같이 소홀했던 점을
반성하고 우리의 취약점을 강화해 나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첫째 새로운 국민적 검약운동의 전개이다.

우리는 약간의 소득증대로 과거의 어려웠던 시절을 너무 빨리 잊어버리고
있다.

한강의 기적은 새마을정신으로부터 시작됐고 이 운동의 핵심가치관은
근검절약임을 부인할수 없다.

그때 온 국민은 물 한방울 쌀 한톨, 그리고 전등 하나라도 아껴쓰는 작은
생활운동을 실천했던 것이다.

이러한 생활운동이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계승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이다.

주자십회에는 "부불검용 빈후회"라 하여 "부할때 아껴쓰지 않으면 가난해진
후에 후회하게 된다"고 하였고, 우리 옛 조상들도 "졸부는 재어근이요 거부는
재어천"이라 하여 근검절약을 경제가치관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80년대중반이후 사치와 낭비 그리고 소비풍조가 만연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둘째 산업기술기반을 튼튼히 하는 것이다.

산업기술기반에 대한 정의는 학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공공재적 성격을 띠는 모든 것으로 정의된다.

이스라엘 벤구리온 대학의 지스트맨 교수는 산업기술기반이란 기술획득과
경쟁력의 토대가 되는 유.무형적 기반으로, 예를 들면 기술인력 기술정보
표준화및 품질관리 등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에 고급인력은 양산했지만 균형적인 기술인력의 수급에는
실패했다.

오늘날 현장에서의 극심한 기술인력의 수급불균형 현상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기술축적면에서도 첨단기술에 대한 열의는 대단히 컸지만 기반기술 확보에는
실패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자본재의 대일 무역적자 현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또한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이후 중요시되고 있는 표준화 문제를 보자.

WTO는 앞으로 각종 무역장벽을 점차 제거하도록 강제하는 대신에 국제표준을
따르도록 권장하고 있다.

따라서 표준화에서의 주도권을 잡는다는 것은 중요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뜻이고, 반면에 주도권을 잡지 못한 자에게는 표준화가 새로운 무역장벽이
된다.

세계표준화 활동에 적극 참여하여 국익을 반영하는 것과 국가표준을 국제화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된 것이다.

산업기술기반의 특징은 공유성 간접성에 있다.

불특정다수에게 간접이익을 준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민간으로부터 충분한 투자를 기대하기보다는 국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게 이 분야이다.

국가의 직접투자 또는 촉매자 중개자의 역할이 강하게 요구되는 분야인
것이다.

우리는 어려울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하게 됐다.

우리의 취약점을 속히 극복하고 선진국들과의 경쟁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