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세계엔 별일도 많다] (4) 200달러에 '비옷' 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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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무더운 여름날
다음 장면을 상상하고도 웃지 않는다면 어떤 코미디언도 당신을 웃길 수
없을 것이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으로 유명한 미테네시주 멤피스는 무척이나
더운 지방.
무대는 지난 84년 여름 멤피스 클래식때이고 주인공은 콧수염의 사나이
게리 맥코드 (미국)였다.
그는 현재 미 CBS의 골프해설가인데 가끔 "야한 표현"을 많이 하는
익살가이기도 하다.
맥코드가 경기를 벌인 그날은 섭씨 35도가 넘는 무더운 여름날이었고
하늘엔 구름 한점 없었다.
그날 아침 호텔에서 맥코드는 갈아 입을 속옷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세탁소에 맡긴다는 것을 깜빡 잊은 것.
그러나 그 상황에서 귀찮게 속옷 사러 나갈 맥코드가 아니었다.
"좋아, 그러면 그냥 바지만 입지 뭐"
맥코드는 말끔히 다려진 타이트한 면바지를 그냥 입었다.
<> 웬 비옷 타령
사건은 15번홀에서 시작됐다.
그린 경사를 살피려 쭈그려 앉는데 "부드드득"하는 소리가 났다.
바지의 히프 한가운데 재봉선이 몽땅 뜯어진 것.
바지 뒤가 벌어지면 무엇이 보이는가.
더구나 그는 속옷을 입지 않았다.
그 상황은 진정 낭패였다.
얼굴이 벌겋게 된 맥코드는 우선 양손으로 "뒤를 가린 뒤" 필사적으로
그의 캐디를 불렀다.
우리의 "영특한" 맥코드는 "비옷"을 생각해 낸 것.
그는 다급히 속삭였다.
"빨리 백에서 비옷을 꺼내줘. 아주 급해!"
그러나 캐디는 양손을 내저으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아니 맑은 대낮에 웬 비옷! 비 올 가능성이 전혀 없길래 라커룸에
빼두고 왔는데요.
아시다시피 백이 좀 무겁습니까"
"음 잘했군 잘했어"
그것은 차라리 신음이었다.
그러나 골퍼가 맥코드 한명인가.
맥코드는 동반 선수에게 사정을 밝히고 비옷을 부탁했다.
그는 두말없이 OK했다.
맥코드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동반선수의 캐디역시 먼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구름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비옷을 챙기지"
<> 공짜는 절대 없다
이제 맥코드는 정말 필사적이 됐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캐디가 볼을 닦는 타월로 엉덩이 근처를 싸맸다.
"기저귀가 별건가"하는 장면.
그런 모습을 하고 맥코드는 옆홀로 "오리뜀박질"을 했다.
그런데 옆홀 선수들은 전혀 안면이 없는 선수들이었다.
맥코드는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사정을 얘기했다.
다행히 그중 한명이 비옷을 갖고 있었다.
"뭐 그까짓일로 그러시나. 내 비옷을 빌려주지"
그때 맥코드는 태어나서 가장 진심어린 감사를 표했다.
"정말 고맙군 고마워. 자넨 정말 좋은 친구야"
그러나 맥코드가 비옷을 받아 돌아서는 순간 그 선수가 한마디 덧붙였다.
"그런데 말이야. 200달러는 내야 되겠는걸. 비싸다면 없던 일로 할 수도
있고"
"신이시여. 여기선 드라이버로 저 놈 얼굴을 쳐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그건 속마음뿐. 맥코드는 그 거래를 응낙할 수밖에 없었다.
아, 불쌍한 맥코드. 자기가 무슨 샤론 스톤이라고 속옷을 안 입나.
어쨌거나 스트레스가 좀 풀리셨는지.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8일자).
다음 장면을 상상하고도 웃지 않는다면 어떤 코미디언도 당신을 웃길 수
없을 것이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으로 유명한 미테네시주 멤피스는 무척이나
더운 지방.
무대는 지난 84년 여름 멤피스 클래식때이고 주인공은 콧수염의 사나이
게리 맥코드 (미국)였다.
그는 현재 미 CBS의 골프해설가인데 가끔 "야한 표현"을 많이 하는
익살가이기도 하다.
맥코드가 경기를 벌인 그날은 섭씨 35도가 넘는 무더운 여름날이었고
하늘엔 구름 한점 없었다.
그날 아침 호텔에서 맥코드는 갈아 입을 속옷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세탁소에 맡긴다는 것을 깜빡 잊은 것.
그러나 그 상황에서 귀찮게 속옷 사러 나갈 맥코드가 아니었다.
"좋아, 그러면 그냥 바지만 입지 뭐"
맥코드는 말끔히 다려진 타이트한 면바지를 그냥 입었다.
<> 웬 비옷 타령
사건은 15번홀에서 시작됐다.
그린 경사를 살피려 쭈그려 앉는데 "부드드득"하는 소리가 났다.
바지의 히프 한가운데 재봉선이 몽땅 뜯어진 것.
바지 뒤가 벌어지면 무엇이 보이는가.
더구나 그는 속옷을 입지 않았다.
그 상황은 진정 낭패였다.
얼굴이 벌겋게 된 맥코드는 우선 양손으로 "뒤를 가린 뒤" 필사적으로
그의 캐디를 불렀다.
우리의 "영특한" 맥코드는 "비옷"을 생각해 낸 것.
그는 다급히 속삭였다.
"빨리 백에서 비옷을 꺼내줘. 아주 급해!"
그러나 캐디는 양손을 내저으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아니 맑은 대낮에 웬 비옷! 비 올 가능성이 전혀 없길래 라커룸에
빼두고 왔는데요.
아시다시피 백이 좀 무겁습니까"
"음 잘했군 잘했어"
그것은 차라리 신음이었다.
그러나 골퍼가 맥코드 한명인가.
맥코드는 동반 선수에게 사정을 밝히고 비옷을 부탁했다.
그는 두말없이 OK했다.
맥코드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동반선수의 캐디역시 먼산을 바라보며 말했다.
"구름이 조금이라도 있어야 비옷을 챙기지"
<> 공짜는 절대 없다
이제 맥코드는 정말 필사적이 됐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캐디가 볼을 닦는 타월로 엉덩이 근처를 싸맸다.
"기저귀가 별건가"하는 장면.
그런 모습을 하고 맥코드는 옆홀로 "오리뜀박질"을 했다.
그런데 옆홀 선수들은 전혀 안면이 없는 선수들이었다.
맥코드는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사정을 얘기했다.
다행히 그중 한명이 비옷을 갖고 있었다.
"뭐 그까짓일로 그러시나. 내 비옷을 빌려주지"
그때 맥코드는 태어나서 가장 진심어린 감사를 표했다.
"정말 고맙군 고마워. 자넨 정말 좋은 친구야"
그러나 맥코드가 비옷을 받아 돌아서는 순간 그 선수가 한마디 덧붙였다.
"그런데 말이야. 200달러는 내야 되겠는걸. 비싸다면 없던 일로 할 수도
있고"
"신이시여. 여기선 드라이버로 저 놈 얼굴을 쳐도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그건 속마음뿐. 맥코드는 그 거래를 응낙할 수밖에 없었다.
아, 불쌍한 맥코드. 자기가 무슨 샤론 스톤이라고 속옷을 안 입나.
어쨌거나 스트레스가 좀 풀리셨는지.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