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시간이 2~3시간 이상 되는 ''긴 영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3시간짜리 영화 ''율리시즈의 시선''에 이어 ''화니와 알렉산더''(3시간8분),
''브레이킹 더 웨이브''(2시간35분) 등이 잇따라 개봉되고 3시간반짜리 러시아
영화 ''어머니''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하반기 개봉작 가운데는 ''히트''가 2시간45분을 기록했고 상영중인 ''타임
투 킬''도 2시간20분에 이른다.

이밖에 ''언더그라운드'' ''12 몽키스'' ''카지노'' ''스트레인지 데이스'' ''닉슨'',
12월 개봉예정인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등도 2시간이 넘는다.

긴 영화중에는 국제영화제 수상작이 많은게 특징.

흥행성보다 감독의 주장이나 개성이 강하게 반영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긴 영화가 부쩍 늘어난 것은 마니아층의 확대에 따른 시장다변화
때문.

예술영화에 대한 수요가 커진데다 일반 상업영화와의 차별화를 통해 고정
관객을 잡겠다는 수입사들의 전략이 적중한 것.

예술영화 전용관이 많아진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들 작품의 단골 상영관은 코아아트홀, 동숭시네마텍, 씨네하우스예술관
등 이른바 아트필름 전용관.

3시간짜리의 경우 상영중간에 휴식시간이 별도로 마련되고 비디오도 2개로
출시된다.

국내에 소개된 영화중 장편대작으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3시간42분)
''십계''(3시간39분) ''벤허''(3시간31분) 등이 있지만 요즘처럼 한꺼번에 선보인
적은 없었다.

영화평론가 조희문씨(상명대 교수)는 "대중적인 흥행작보다 거장들의
작가주의 영화가 많이 소개돼 예술영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늘었다"며 "2시간을 넘기면 ''소비자 만족도''가 떨어지기 쉽지만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고 선택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현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