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이 14일 내놓은 "시장집중과 기업집단의 다각화"
보고서는 국내기업집단의 영위업종 수와 시장집중률간의 상관관계를 분석,
"정부의 진입규제정책이 다각화를 유발시킴으로써 오히려 경제력집중을
초래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한경연 보고서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미국의 경제학자 미카엘 고트에 따르면 주력업체가 독과점분야에 속해 있는
기업집단은 인력 자금 등 잉여경영자원 활용을 위해 주력사업외의 여타산업
으로 진출하려는 동기를 갖게 된다.

잉여경영자원을 주력사업분야의 시장점유율을 제고하는데 투입하다 보면
경쟁기업으로부터 보복을 받을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이 독과점화될수록 기업집단은 다각화를 추구한다"는 가설이
성립된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제조업분야를 대상으로 기업집단의 다각화정도를
종속변수로 하고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을 설명변수로 하는 회귀모형을
설정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30대 기업집단의 87~-89년간 통계자료를 이 회귀모형에 적용해
실증분석한 결과 개별시장에서 상위 3개사의 시장점유율 평균치가 일정수준
(67.7%)을 넘어 독과점적 시장구조를 갖게 되면 기업집단의 다각화가 급속히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독과점시장에서는 기업집단들이 경쟁기업으로부터의 압력과 보복으로
인한 비용과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시장점유율 제고 전략보다는 다각화전략
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음을 말해준다.

특히 시장규모가 협소한 한국경제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이러한 경향은 국내
기업집단들에게 더욱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국가경제에서 경제력집중의 정도는 기업집단들의 다각화와 시장
집중률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이중 기업집단의 다각화는 앞에서 실증분석한 바와 같이 잉여경영
자원의 활용과 위험회피라는 동기가 작용하는 한 지속적으로 심화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경제력집중의 문제를 해소 또는 완화하려면 시장집중률를 하락
시켜야 한다.

결론적으로 경제력집중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정책은 기존기업에 의한
진입장벽을 제거하여 각 시장에 경쟁을 압력을 불어 넣는 방향이 돼야 한다.

시장내에서 경쟁압력이 가중되면 기업집단들은 현재 이상으로 다각화를
추구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아니면 전문화를 추구하는 것이 효율적인지를
스스로 판단하여 사업구조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