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 특수1부(박주선부장검사)는 13일 대한안경사협회의 보건복지부
뇌물제공 의혹 사건과 관련,이성호 전장관을 소환,조사했으나 뚜렷한
혐의점를 밝혀내지 못해 이날 밤 11시 20분께 귀가시켰다.

검찰은 이날 오후 소환된 이전장관을 상대로 부인 박성애씨(49)가 지난해
7~10월 사이 대한안경사협회장 김태옥씨로 부터 안경사가 안경테를 독점
판매할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토록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1억7천만원을 받은
사실을 사전에 알았는지 여부를 집중조사했다.

검찰은 이전장관이 로비자금 모금 사실을 보고 받고 즉시 반환토록 의정
국장을 통해 협회측에 지시했고 박씨가 협회장 김씨에게 되돌려준 1억4천
9백만원짜리 어음이 부도나는 것을 미리 방지하지 못했던 점 등에 비춰
사법처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특히 이전장관이 <>부인 박씨가 세번째 뇌물을 받기 직전인 지난해
10월10일 박씨를 만나러 집에 찾아온 김씨에게 "볼일 있으면 사무실로 직접
와라"며 되돌려 보낸 사실 <>같은 달 자신의 사무실에서 안경사협회 간부들
과 간담회 도중 로비설을 유포하던 김씨에게 "내게 돈을 뿌렸다는 등
헛소문을 내고 다니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심하게 꾸짖은 사실등을 확인했다.

이전장관은 그러나 당시 부인 박씨로부터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는게
어떠냐"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으며 자신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의정국에 검토를 지시한 사실은 있으나 부인으로부터 돈 얘기는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날 의료기사법 시행령 개정 로비 명목으로 1억7천만원을 주고
받은 협회장 김씨와 부인 박씨를 각각 제3자 뇌물교부와 제3자 뇌물취득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7월28일과 9월22일 서울 강동구 암사동
양지마을 이전장관집에 찾아가 2천만원과 5천만원을, 10월11일 워커힐호텔
명월관 식당 앞 주차장에서 1억원을 주는 등 3차례에 걸쳐 1억7천만원을
부인 박씨에게 건넨 혐의다.

부인 박씨는 지난 3월 시행령 개정이 무산되자 안경사 협회측이 로비자금을
되돌려 줄 것을 요구하자 사업을 하는 친구에게 부탁해 받은 딱지어음 3장
으로 모두 1억4천9백만원을 되돌려 줬으나 지난 6~7월 부도가 난 것으로
밝혀졌다.

안경사 협회측은 지난해 6월부터 각 지부 회원별로 1인당 1만원이상씩
모금, 2억6천만원을 모아 법령개정을 위한 로비를 본격화 해 왔으며 이중
박씨에게 전달된 1억7천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돈과 회관건립기금으로
모아둔 돈을 합쳐 뒤늦게 회원들에게 반환하기도 했다.

< 이심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