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권이 국.내외에서 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폭증하고 있는 동남아와 중국에선 한국여권이
"금값"이 된지가 오래다.

한국여권이 인기를 끄는 것은 한국정부의 비자면제협정국(55개국)이
많아지면서 제3국으로 밀입국하려는 동남아나 중국인들로부터 "안전판"으로
이용되기가 용이하기 때문.

이에따라 이들 국가에서는 한국여권 전문털이가 생겨나고 있으며 이때문에
국내 해외여행자들의 여권분실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해외에서의 도난은 공항 호텔 식당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중국의 만리장성 이화원 태국 방콕의 파퐁거리, 차이나타운 등이
"요주의"지역으로 꼽힌다.

개별 여행자도 문제지만 여행자의 여권을 한꺼번에 맡아 보관하고 있는
투어 컨덕터(T.C,여행 안내자)는 여권 털이범들의 집중 표적이 된다.

최근 중국을 여행중 T.C가 보관중인 12명의 여권을 모조리 털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해엔 태국 방콕에서 여행자 95명의 여권을 보관하던 T.C가 묵고있던
호텔 프론트에서 95명의 여권을 모조리 털리기도 했다.

외무부에 따르면 올들어 8월말 현재 분실이나 도난으로 여권을 재발급받은
사례는 모두 2만9천64건으로 이미 지난 한햇동안 재발급된 2만7천2백24건을
훨씬 넘어섰다.

여권 재발급은 지난 93년 1만5천7백12건, 94년 1만9천3백31건으로 조금씩
늘다가 지난해부터 폭증하고 있다.

이에따라 각국에 주재하는 한국대사관 영사과는 여권을 분실한
여행자들에게 임시여행증명서(TC)를 발행해주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미국 비자가 찍힌 한국여권은 중국에서 5천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가격의 차이는 있어도 한국여권이 금값으로 거래되기는 동남아도
마찬가지로 적게는 1천달러에서 많게는 5천달러까지 팔리고 있다.

여권의 도난이나 분실은 분명 나라의 얼굴에 먹칠을 할 수 있다.

여행업계는 이미 T.C가 여행자의 여권을 단체로 보관하는 걸 중지했다.

또 T.C도 동반여행자의 머릿수보단 여권이 제대로 있는지를 세는데 더
신경쓰고 있다.

"여권을 분실하면 여행의 추억도 물거품이 된다.

여권은 생명 다음으로 중요한거다".

여행업계가 요즘 내건 슬로건들이다.

그러나 스스로 조심하라는 것 말고는 별다는 대책이 없다.

< 남궁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