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신국환고문(57)은 기업의 고문직을 "경험많은 친구"와 같다고
생각한다.

기업이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릴 때 "이런 길도 있다"며 주변을 살펴보는
여유를 권하는게 고문의 역할이란 것이다.

"기업마다 특유의 전통과 관행이 있습니다.

현업에서는 당장의 사업성과에 쫓기다보니 전체적인 모양새나 방향과는
어긋나는 일도 생깁니다.

이런 때야 말로 관록과 경험으로 닦여진 고문들의 균형감각이 필요한
경우입니다"

상공부(현 통상산업부) 주요국장과 1.2차관보, 공업진흥청장등을 역임한
신고문은 지난 7월 삼성물산에 영입됐다.

매일 아침 서울 태평로2가 삼성본관 25층의 집무실로 출근하는 그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7시 출근, 4시 퇴근"을 지킨다.

그룹의 일원이 된 이상 기업의 문화를 존중하자는 뜻이다.

신고문은 국내 신문은 물론 일본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즈 등을 읽으며
세계경제의 흐름을 파악하고 중요한 정보도 꼬박꼬박 챙긴다.

일주일이면 2~3권의 책을 읽는데 좋은 내용이 있으면 최고경영진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고문직은 잘하면 기업에 큰 도움을 주지만 제대로 못하면 소외되기
쉽습니다.

경영진 이상으로 끊임없는 자기계발이 필요한 자리이지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관련 부서장에게 전달하는가 하면
그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생생한 정보인만큼 실무자들도 공감하고 잘 따른다.

관직에 남은 후배들을 만날 때면 기업활동과 관료생활을 통해 얻은 넓은
시야로 "국가 전체의 이익을 얻는 길"을 모색하기도 한다.

기업활동현장에서 자신의 새 모습을 발견했다는 신고문은 "21세기에는
기업이 정부를 앞서가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각종 규제나 고비용 저효율구조도 해소될 것으로 믿습니다"
라고 강조했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