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서울에어쇼와 한국경제 .. 정석화 <시세로스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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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화 <미 시세로스틸 사장>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던 서울에어쇼 96이 폐막됐다.
미국에서도 해마다 여름철이면 각처에서 에어쇼가 열린다.
그중 위스콘신주의 오쉬카쉬와 네바다주의 리노 비행장에서 개최되는
쇼는 가장 규모가 크고 개최기간이 길며 여러종류의 항공기가 참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비해 이번 서울에어쇼 96은 특이한 점이 많았고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행사에 참여한 각종 항공기나 곡예비행의 조종술때문이 아니다.
그 쇼를 계획하고 운영해온 당사자들의 치밀한 계획과 산업적인
전시및 상담의 장이 마련됐다는 점이 감명을 준 이유이다.
바로 이 점이 미국의 단순한 에어쇼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새삼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장래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지게 한
계기가 되듯 하다.
덧붙여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가 마련됨으로써
일상생활과 먼 에어쇼를 관람하면서도 퍽 친근감을 느끼기도 했다.
마치 유럽 어느도시의 뒷골목 시장을 거니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세세한 면까지 배려한 에어쇼는 아마도 처음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이번 쇼에서 가장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것은 이미 알려진대로
러시아의 수호이 36기였다.
유체역학적인 동작이나 상승속도와 행동반경및 규모면에서 특이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우리는 이런 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항공기 설계는 그 기종이 담당해야 할 기본방침(Design Criteria)부터
설정해야 한다.
그것은 마치 기업의 총수가 그 기업의 진로와 경영방침을 설정하는
것과 흡사하다.
전투기는 공중전에서 승리하는 것이 그 목적이요, 임무이다.
무대위에서 화려한 쇼를 연출하는 것은 전투능력의 부산물에 불과하다.
수호이 37이 보여준 유체역학적 묘기는 관중들의 인기와 갈채를
받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나 고도로 발달된 전자교란장치(ECM)와 미사일등이 장착된
우리공군의 F-16이나 미해군의 F-14 F-15 F-18앞에서 그렇게 유연한
공중동작이 과연 어떤 전투상의 가치가 있는가는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본다.
갑작스런 저속비행으로 기체를 거의 30도정도 치켜들고 수평비행을
해 마치 코브라 뱀과 같은 자세를 취한다는 의미에서 "코브라비행"이라
불리우는 동작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미해군 해병대 전투기들에게는
별로 특이한 묘기가 아니다.
동경만에서 정박중인 항모 인디펜던스호에서 성남비행장으로 직행비행을
했다는 F-14조종사 존 수아조 미해군대위와 F-18조종사 크레이그
핸슨대위와 터놓고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만일 수호이 37의 공격을 받는다면 어떻게 방어하겠느냐는 질문에
"군사기밀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말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아무리
우수한 비행동작과 빠른 속도를 유지하는 전투기라도 우수한 전자장비가
없다면 상대가 안된다"는 대답이었다.
또 미국 몬타나주의 엘스워어츠공군기지에서 초음속으로 직행해온
B-1폭격기 조종사 제프 코코란 미공군대위는 "먼저 전자교란장치를
작동시키고 동시에 수호이 속도와 비슷한 최고속도로 도망을 가면서
인근 항모나 공군기지에 아군 요격기를 부르면 피해를 면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행사중 우리공군이 소유하고 있는 F-4 F-5 F-16기 앞에는
해당 조종사들이 직접 참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퍽 민주적이고
친밀한 인상을 줬다.
비행기 주인은 납세자들인 바로 우리라는 의미를 심어 주는 듯해서
흐뭇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반면 러시아나 프랑스조종사들은 볼 수 없어 안타까움을 감출수
없었다.
또 한가지 2차대전과 6.25때 쓰여 추억을 되새겨주는 P-38 P-47
P-51등 프로펠러 전투기 편대를 볼 수 없었던 점도 아쉬웠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무스탕전투기로 알려진 P-51은 프로펠러로
만든 비행기로는 가장 우수한 것으로서 속도경기에서는 항상 최우수상을
받아왔다.
P-51을 조종한 우리공군의 영웅들이 건재하고 있을때 특별 초청쇼를
열어 보는 것도 의미있을 듯 하다.
현재 아시아지역에는 엄청난 항공산업의 시장잠재력이 깔려 있다.
중국과 시베리아의 자원을 개발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먼저 해결돼야
할 과제는 항공수송이다.
아시아 개발용 중거리 여객기및 화물기를 빨리 우리손으로 설계
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와함께 폭커(FOKKER)항공사 인수도 기술도입이란 견지에서 정부가
적극 장려해 주길 희망한다.
시코오스키 항공사가 추진하는 것과 같은 건설용헬기를 차제개발
제작하는 일도 시급한 과제이다.
서울등 도심지 고층건물은 이제 철골로 짓게 됐다.
그런데 철골은 공장에서 제작해서 도장작업까지 마친뒤 트럭으로
도심 공사현장으로 옮기고 크레인으로 이를 다시 끌어 올려 조립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건설용 헬기를 이용하면 이 과정을 단순화할 수 있다.
머지않아 국내에도 건설용 헬기함대가 필요할 것이고 관련 전문
중소기업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산업과 관련해서 중소기업이 참여해야 할 부분은 이밖에도
무수히 많다.
항공기 연료 저장및 관리사업, 연료저장탱크 건설업, 연료투입사업,
항공기세척및 청소사업, 부품제조업, 부품판매업, 기내식보급업,
항공기리스업 등을 꼽을 수 있겠다.
국회와 정부는 항공관련사업에 중소기업만이 참여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해 국가경쟁력을 배양해야 한다.
이제 막 국내에서 새롭게 태동하려는 항공산업은 중소기업에도
뿌리를 내리기를 희망해 본다.
그러면 어떤 여건에서도 지금의 난국에서처럼 흔들리지 않는 기초를
확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울러 98년 서울에어쇼는 더욱 광범위하고 기업적인 분위기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9일자).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던 서울에어쇼 96이 폐막됐다.
미국에서도 해마다 여름철이면 각처에서 에어쇼가 열린다.
그중 위스콘신주의 오쉬카쉬와 네바다주의 리노 비행장에서 개최되는
쇼는 가장 규모가 크고 개최기간이 길며 여러종류의 항공기가 참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비해 이번 서울에어쇼 96은 특이한 점이 많았고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행사에 참여한 각종 항공기나 곡예비행의 조종술때문이 아니다.
그 쇼를 계획하고 운영해온 당사자들의 치밀한 계획과 산업적인
전시및 상담의 장이 마련됐다는 점이 감명을 준 이유이다.
바로 이 점이 미국의 단순한 에어쇼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새삼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장래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지게 한
계기가 되듯 하다.
덧붙여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가 마련됨으로써
일상생활과 먼 에어쇼를 관람하면서도 퍽 친근감을 느끼기도 했다.
마치 유럽 어느도시의 뒷골목 시장을 거니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세세한 면까지 배려한 에어쇼는 아마도 처음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이번 쇼에서 가장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것은 이미 알려진대로
러시아의 수호이 36기였다.
유체역학적인 동작이나 상승속도와 행동반경및 규모면에서 특이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우리는 이런 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항공기 설계는 그 기종이 담당해야 할 기본방침(Design Criteria)부터
설정해야 한다.
그것은 마치 기업의 총수가 그 기업의 진로와 경영방침을 설정하는
것과 흡사하다.
전투기는 공중전에서 승리하는 것이 그 목적이요, 임무이다.
무대위에서 화려한 쇼를 연출하는 것은 전투능력의 부산물에 불과하다.
수호이 37이 보여준 유체역학적 묘기는 관중들의 인기와 갈채를
받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나 고도로 발달된 전자교란장치(ECM)와 미사일등이 장착된
우리공군의 F-16이나 미해군의 F-14 F-15 F-18앞에서 그렇게 유연한
공중동작이 과연 어떤 전투상의 가치가 있는가는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본다.
갑작스런 저속비행으로 기체를 거의 30도정도 치켜들고 수평비행을
해 마치 코브라 뱀과 같은 자세를 취한다는 의미에서 "코브라비행"이라
불리우는 동작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미해군 해병대 전투기들에게는
별로 특이한 묘기가 아니다.
동경만에서 정박중인 항모 인디펜던스호에서 성남비행장으로 직행비행을
했다는 F-14조종사 존 수아조 미해군대위와 F-18조종사 크레이그
핸슨대위와 터놓고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만일 수호이 37의 공격을 받는다면 어떻게 방어하겠느냐는 질문에
"군사기밀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은 말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아무리
우수한 비행동작과 빠른 속도를 유지하는 전투기라도 우수한 전자장비가
없다면 상대가 안된다"는 대답이었다.
또 미국 몬타나주의 엘스워어츠공군기지에서 초음속으로 직행해온
B-1폭격기 조종사 제프 코코란 미공군대위는 "먼저 전자교란장치를
작동시키고 동시에 수호이 속도와 비슷한 최고속도로 도망을 가면서
인근 항모나 공군기지에 아군 요격기를 부르면 피해를 면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행사중 우리공군이 소유하고 있는 F-4 F-5 F-16기 앞에는
해당 조종사들이 직접 참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퍽 민주적이고
친밀한 인상을 줬다.
비행기 주인은 납세자들인 바로 우리라는 의미를 심어 주는 듯해서
흐뭇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반면 러시아나 프랑스조종사들은 볼 수 없어 안타까움을 감출수
없었다.
또 한가지 2차대전과 6.25때 쓰여 추억을 되새겨주는 P-38 P-47
P-51등 프로펠러 전투기 편대를 볼 수 없었던 점도 아쉬웠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무스탕전투기로 알려진 P-51은 프로펠러로
만든 비행기로는 가장 우수한 것으로서 속도경기에서는 항상 최우수상을
받아왔다.
P-51을 조종한 우리공군의 영웅들이 건재하고 있을때 특별 초청쇼를
열어 보는 것도 의미있을 듯 하다.
현재 아시아지역에는 엄청난 항공산업의 시장잠재력이 깔려 있다.
중국과 시베리아의 자원을 개발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먼저 해결돼야
할 과제는 항공수송이다.
아시아 개발용 중거리 여객기및 화물기를 빨리 우리손으로 설계
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와함께 폭커(FOKKER)항공사 인수도 기술도입이란 견지에서 정부가
적극 장려해 주길 희망한다.
시코오스키 항공사가 추진하는 것과 같은 건설용헬기를 차제개발
제작하는 일도 시급한 과제이다.
서울등 도심지 고층건물은 이제 철골로 짓게 됐다.
그런데 철골은 공장에서 제작해서 도장작업까지 마친뒤 트럭으로
도심 공사현장으로 옮기고 크레인으로 이를 다시 끌어 올려 조립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건설용 헬기를 이용하면 이 과정을 단순화할 수 있다.
머지않아 국내에도 건설용 헬기함대가 필요할 것이고 관련 전문
중소기업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산업과 관련해서 중소기업이 참여해야 할 부분은 이밖에도
무수히 많다.
항공기 연료 저장및 관리사업, 연료저장탱크 건설업, 연료투입사업,
항공기세척및 청소사업, 부품제조업, 부품판매업, 기내식보급업,
항공기리스업 등을 꼽을 수 있겠다.
국회와 정부는 항공관련사업에 중소기업만이 참여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해 국가경쟁력을 배양해야 한다.
이제 막 국내에서 새롭게 태동하려는 항공산업은 중소기업에도
뿌리를 내리기를 희망해 본다.
그러면 어떤 여건에서도 지금의 난국에서처럼 흔들리지 않는 기초를
확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울러 98년 서울에어쇼는 더욱 광범위하고 기업적인 분위기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