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재정경제원은 금융기관의 대부라는 사실이 또한번 확인됐다.

같은 조건이면 금융권을 우대하는 ''자식돌보기''의 사례를 보여준
때문이다.

재경원은 24일 금융기관장회의 자리에서 경영 효율화와 경비절감 등
경쟁력제고 실적이 우수한 금융기관엔 ''증자특례''를 적용, 우선 증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증자요건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정책에 적극 호응하는 금융기관엔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얼핏보면 별문제가 없어보인다.

경쟁력강화가 초미의 관심사이고 노력하는 곳에 ''떡''을 더 준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한데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감량 경영의 기치를 먼저 내건 곳은 대기업들이다.

대형 그룹들은 이미 군살빼기에 들어가 있다.

이런 곳에는 아무말도 없다가 금융기관에만 ''특례''라는 건 말 그대로
''특혜''일 수밖에 없다.

제조업체 등 일반기업의 경우 배당금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하늘이
두쪽이 나더라도 유상증자를 할 수 없게 해놓고 금융기관에만 특수성을
이유로 특혜를 베푸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재경원 증권관계자들조차 특례증자대상을 각 금융권역별로 1개사씩만
인정하겠다고 말하는 등 이번 조치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다.

재경원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곳이다.

제조업은 통산부 산하고 통신업은 정보통신부 산하이고 금융산업만이
재경원 산하가 아닌데도 하는 꼴을 보면 항상 편을 가른다.

마치 금융업만이 소관인 것 처럼...

이러니 재경원이 ''모피아''(구재무부의 영문 명칭 MOF에 마피아를 합친
말)라는 소리를 듣는 게다.

더구나 증자는 혜택이 아니다.

자본이 부실한 곳에 강제로 자본을 충실화시키도록 주주들에게
명령하는 벌칙이다.

한데도 증자를 특혜로 만들어 놓은 곳이 바로 재경원이다.

증시사정을 이유로 큰 이권이나 되는 양 붙잡아 매둔 탓이다.

상벌도 구분못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자기 소관부문에만 원칙을 깨가며
특혜를 주는 재경원이 미덥지 못한건 당연하다.

최승욱 < 경제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