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세계무역기구)출범이후의 첫 각료회의가 오는 12월로 임박한 가운데
EU(유럽연합)안에서 유럽의 통상정책기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유럽무역협회는 최근 EU집행위원회의 리언 브리튼 무역담당위원에게 전달한
건의문을 통해 노동기준과 무역을 연계하는 블루라운드와 반덤핑룰강화등
EU가 밀어붙이고 있는 몇가지 통상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럽무역협회의 건의문은 수입상들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특히 개도국쪽
에 유리한 주장을 많이 담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협회는 먼저 EU집행위가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WTO 각료회의를 겨냥해
블루라운드 작업반을 설치하자고 제안한데대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국제노동기구들이 해결해야될 노동기준문제에까지 WTO가 개입하는 것은
상식이하라며 개도국들의 반대입장을 옹호했다.

블루라운드건은 EU와 미국이 연합해 채택을 주장해 왔고 동남아등지의
개도국들이 결사적으로 저지함으로써 자칫 WTO의 회원국 내분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는 예민한 사항으로 비쳐져 왔다.

유럽무역협회는 또 EU집행위가 반덤핑조사를 보호주의 수단으로 남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미 수입수량통제를 받고 있는 품목이 반덤핑조사를 받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중국산 가방에대한 조사는 대표적으로 부당한 사례라고 실례
까지 제시했다.

심지어 반덤핑조사를 하고 있는 EU관리들이 유럽의 제소기업들에 승소할 수
있는 방법을 귀띔해 주는 인상까지 풍기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EU집행위에
대한 불신감을 표시했다.

EU가 이달초에 공개한 섬유쿼터철폐안에 대해서도 유럽무역협회는 자유화의
실익이 없는 조치로 평가했다.

T셔츠 니트바지등 주요 제품이 이 쿼터철폐안에 포함되지 않았고 그나마
수혜국가를 일부로 한정한 "졸작"으로 폄하했다.

EU수뇌부가 유럽무역협회의 비판을 얼마나 수용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수입업자들의 주장에 유럽의 몇몇 소비자단체들도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예상외로 파문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 양홍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