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건설공사의 부실시공, 잦은 설계변경, 건설업체의 무경험
등을 지적하며 공사기간을 늦추더라도 안전한 고속철도를 만들어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의원들이 이날 감사에서 지적한 고속철도 공사의 부실사례를 들어보면
고속철도 공사는 마치 "모래성"을 쌓아가고 있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다.
14대 국정감사때 고속철도 건설을 옹호하던 여당의원들도 이날은 고속철도
건설공사의 난맥상에 대해 맹공을 퍼부을 정도었다.
의원들은 고속철도 건설을 위해 부랴부랴 구성된 고속철도건설공단이
기존의 철도건설과는 개념부터 다른 고속철도건설을 안일하게 대처,
설계단계부터 부실로 출발했다고 질타했다.
특히 외국에서는 고속철도 건설을 위해 10여년에 걸쳐 지질조사를
했음에도 불구, 경부고속철도의 경우 차량형식이 결정되기도 전에
토목공사에 들어가는 등 단군이래 최대의 부실공사가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런탓이지 이날 감사는 경부고속철도의 부실시공사례를 고발하는
성토장이나 다름없었다.
조진형(신한국당)의원은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초보적 설계기술로
설계검증도 없이 공사를 강행, 천안~대전간 시험구간 교량상판설계 잘못으로
전면 재시공을 해야하는 등 부실설계로 엄청난 예산낭비와 사고가 우려된다"
고 지적했다.
야당의원들의 질책은 보다 구체적이고 신랄했다.
김봉호 김명규의원(국민회의)은 "고속철도 건설업체 32개사중 10개사,
설계업체 13개사중 3개사가 무경험업체"라고 지적했고 이윤수의원(국민회의)
은 "상리터널에 이어 시흥구간 조남 1터널에서도 폐갱도 6개를 확인했고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국감에서 참고인자격으로 출석한 유코레일사의 베르통사장은
"고속철도공단으로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지만 경부고속철도의 공사지연은
거의 확실시 된다"고 진단했다.
한편 김한종 고속철도공단이사장은 업무현황 보고를 통해 "내년 상반기에
공기 및 사업비에 대한 수정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혀 공기지연이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 김호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