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월화드라마 "애인"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우연히 만난 유부남과 유부녀가 서로에게 이끌리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위험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영화처럼 화끈한 대목이 있느냐 하면 그것도 없다.

방송이 지녀야 하는 최소한의 도덕성을 고수해야 하는 만큼 변죽만
울린 채 줄거리를 이어나간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의 인기가 치솟는 이유는 무엇인가.

시청자들은 드라마에서 현실을 찾지는 않는다.

드라마는 드라마적 리얼리티, 즉 드라마다운 속성이 생명이다.

불륜이라도 순수하면 아름답지 않느냐는 시청자들의 감정과 자신도
뒤늦게나마 드라마같은 사랑을 해보고 싶은 30~40대의 희망사항이 시청률을
높인다.

여기에 등장인물의 설정이 시청률 상승의 한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미시족 전업주부(이응경)와 커리어우먼(황신혜)은 직업관과 세계관
성격등에서 묘한 대조를 이룬다.

현대여성이 지닌 미의 양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영상미도 한몫 한다.

연출과 조명이 호흡이 맞아 떨어지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음악도 분위기를 잘맞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인기를 모으는 큰 요인은 우리사회의
의식변화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사회적인 통념이나 도덕에 얽매이기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려는
30~40대의 의식을 은연중에 대변하는 것이 이 드라마의 인기요인으로
풀이된다.

기존의 사회통념과 굴레에 정면으로 맞서지 못하지만 자유롭고 싶은
자신의 감정을 드라마속에서 충족시키려는 것이 터무니없는 소재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애인"의 시청률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의식 자체가 급변하는 이 시대의 새로운 규범과 가치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애인"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보다 누구도 내놓기를
꺼리던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악역(?)을 맡은 듯싶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