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는 "카타리시스이론" (해소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인간의 억압된 정신적 상처를 언어나 행위등을 통해 외부로 분출시켜
병증을 없애려는 정신적 요법의 모태가 되는 이론이다.

본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시론"에서 울적한 인간의 공포에 눌린
감정을 해소하여 쾌감을 일으키게 하는 비극의 효과를 "카타르시스"라고
표현한 것을 프로이드가 따다가 쓴 용어다.

그러나 최근 심리학자들은 이 이론을 뒷받침할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인간이 억눌린 감정을 발산 시키면 순간적으로는 증거움을
얻을지는 모르지만 공격성은 더 강해진다는 것이 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설에 불과한 이 해소이론을 가장
타당한 것인양 믿고 있다.

프로이드의 영향이 그만큼 큰 탓인지도 모르겠다.

산업사회의 인간들은 불안과 초조, 그리고 역할의 반복적 수행에서
오는 정신적 피로를 오락성이 강한 대중예술에서 풀려고 한다.

그중에서도 TV는 가장 쉽게 접할수 있는 도구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국의 상업성이 발동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청자를 끌려고만 든다면 프로그램은 폭력 살인등 저질 오락물 일변도로
획일화될수 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TV의 노예가된 현대사회의 문제다.

성인들의 경우는 TV의 폭력물이 오락에 그친다고 접어 두면 그만일지
모르지만 모든것을 모방하는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이런 것들을 다룬
TV프로는 장래의 인격형성에 치명적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면서도 방송정책입안자들은 TV에 대한 애증혼합감정을 지니고
있는 탓인지 TV의 해로부터 어린이나 청소년을 보호해야겠다는 결단을
내리는데는 아주 인색하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방송위원회가 최근 급증하는 청소년 범죄가
TV폭력물의 영향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오는 11월부터 프로그램의
5등급제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한다.

3~5등급은 주시청대인 오후10시 이전 방영응 금지하고 모든 프로그램은
방여할 때 하단에 해당등급을 표시하도록 했다는 조치도 인상적이다.

추석연휴 나흘동안 각TV방송사들이 소위 "특선"이라는 명목으로 방영한
외화들의 내용을 뜯어보면 우리도 하루속히 이런 제도를 도입해야 겠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