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만화영화의 제맛은 손끝에서 나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손재주가 뛰어난 건 세계가 인정하죠.

국내 만화영화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인적자원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합니다"

만화영화의 메카인 미국 월트디즈니에서 원화작업을 하는 유일한 한국인
애니메이터 김상진씨(36).

그는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등으로 지구촌을 만화열풍에 몰아넣은
디즈니의 심장부에서 100여명의 원화제작자와 어깨를 겨루며 한국인의
손맵시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재주꾼이다.

미국LA의 월트디즈니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뜻밖에도 경제학과출신의
애니메이터.

82년 국민대를 졸업하고 나라기획과 파인아트, 한호애니메이션스튜디오
등에서 TV시리즈용 "아기공룡 둘리"를 제작하기도 했던 그는 89년 캐나다
케네디카툰에 입사, 능력을 인정받은 뒤 지난해 디즈니사에 입사했다.

"99년 개봉예정인 "판타지아 속편"의 주인공 도널드덕과 여자친구
데이지의 캐릭터를 그리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여태까지의 디즈니만화보다 음악적 요소가 훨씬 강합니다.

서로 다른 4~5개의 음악에 맞춰 배우들의 성격도 조금씩 변화되죠"

동양인으로서 서구적인 캐릭터를 창조하는 과정이 다소 어렵다는 그는
미묘한 표정이나 제스처에 한국적 감수성을 담아내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영화의 원조격인 애니메이션이 국내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같아 안타깝다는 그는 디즈니의 노하우를 체득한 뒤 한국에서
차세대 만화영화의 새 장을 열어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 로스앤젤레스=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