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을 타고 동해안으로 침투한 북한 무장공비에 대한 수색작전이
길어지면서 강릉지역의 서민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추석을 며칠앞둔 대목경기를 기대하던 대형 쇼핑센터와 재래시장
일반가게들은 야간 통행금지 실시등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다시피해
울상을 짓고 있다.
강릉시 중심부인 성남동에 위치한 중앙시장의 경우 노점상을 포함
4백여 점포가 문을 열고 있으나 제수용품과 건어물, 과일 등을 사러오는
손님들이 평소의 절반으로 줄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근 진부와 평창에서 말린고기를 대량으로 구매해 가던 중간상인들이
발길을 끊은데다 경북 북부지역과 거래가 활발하던 과일마저 유통이
원활하지 못해 시장매출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시장관리사무소의 정필교(51)씨는"시장주변에 사는 손님들만 이따금씩
들를뿐 큰 손인 외지상인들은 발길을 끊은 상태라 가게들이 파리를 날리고
있다"고 전했다.
대형 쇼핑센터들도 예외없이 매출이 뚝 떨어지고 있는데 강릉시내에서
가장 큰 강릉쇼핑의 황희태(58)영업소장은"무장공비사건이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위축시켜 이전보다 내방객수가 30%가량 줄어들고 하루매출도
3백만원가량 떨어졌다"며"이는 강릉쇼핑뿐아니라 인근 대동쇼핑, 원백화점,
동부시장 등 대부분 상가가 겪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강릉시의 돌발적인 경기침체는 이밖에 관광산업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모두 72개 객실을 갖추고 주말마다 1백%의 예약율을 보이며 몰려드는
숙박관광객을 소화하느라 바쁘던 강릉관광호텔은 지난 21일 50%의
예약율에 그쳤으며 일요일인 22일에도 20%에 불과한 예약실적을 보여
이사건으로 인한 타격을 직접 받고 있다.
예약부의 김영미(23)씨는"사건발생후 예약취소율이 거의 1백%에 가까워
22일에는 일부 예약에도 불구,빈방이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영향은 인근지역에까지 미쳐 설악한화콘도의 경우 예약손님
8백명중 5백80명이 간첩침투이후 예약을 취소했으며 대명콘도도 예약손님
가운데 절반가량이 취소했다.
한편 22일 오전 강릉시내는 거리에 나선 시민들의 모습이 드문가운데
일부 상가는 아예 철시한 모습도 보였고 주말관광객들로 흥청거리던
관광명소인 경포해수욕장 주변 횟집에는 손님을 찾기가 거의 어려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