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경제가 어렵다는 사실은 이제 기업 뿐만아니라 정부나
일반국민들까지도 공감하고 있다.

시류에 민감한 정치권도 가만히 있을수 없었던지 집권당인 신한국당의
이른바 대권주자들이 경제를 걱정하는 발언을 자주 하고 있으며 제1야당
총재는 "여-야 경제영수회담"을 열자고 나섰다.

그러나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거나 걱정하는 소리만 높을 뿐 어떻게
해야 지금의 경제난을 극복할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처방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가 지난 9월초에 발표한 경제종합대책도 원론적인 상황인식에
그쳐 아쉬움을 남기기는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기업들이 위기대책을 제시하거나
요구하고 나선 것은 불가피하다.

지난 6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0대 그룹 기조실장회의를 열고 임금총액
동결및 근로자파견제, 정리해고제 등의 도입을 통한 노동시장 구조개혁 등을
결의했었다.

어제 열린 전경련 회장단회의도 지금의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임금및 금리안정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기조실장회의의
결의내용을 정부에 촉구하기로 했다.

또한 금리안정을 위해 지준율인하, 예대마진축소, 통화괸리방식의
개선, 해외증권발행 및 상업차관도입의 자유화 등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같은 요구사항들은 재계에서 전부터 건의해온 것들이며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해묵은 요구사항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어져오는 동안 우리의
국제경쟁력이 약해져 지금의 경제위기로 이어진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제 기왕의 관행이나 이해관계에 얽매여 더이상 구조개혁을 미루기만
할수는 없다.

김영삼 대통령도 중남미순방을 마친뒤 경제의 과감한 체질개선을
강조했으며 한승수 부총리겸 재경원장관도 어제 본사가 주최한 경제전망
세미나에서 고비용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마련을 약속했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정부 의지가 예사롭지 않다고 기대해본다.

다만 당부하고자 하는 것은 과거처럼 정부가 모든 결정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자율의 원리를 존중하고 효율향상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해 달라는 점이다.

노사개혁도 금융시장개혁도 예외일수 없다.

최근 우리기업들은 안팎에서 밀려오는 각종 압력과 변화에 불안해 하고
있다.

노사개혁 시장개방 가격파괴 산업구조조정 등이 모두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어 있다.

이런 판에 수출이 막히고 임금과 금리가 뛰니 견딜 재간이 없다.

또 한가지는 당장은 어렵지만 그래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임금과 금리는 안정돼야 하며 생산성은 향상돼야 하고 한계사업은
과감히 정리돼야 한다.

그렇지만 이같은 노력이 반드시 감원이나 중소기업 도산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다.

감원대신 직업훈련을 통한 인력재배치나 생산성향상을 꾀할수 있으며
중소기업들과도 협력을 통해 위기극복을 모색할수 있을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고통분담과 상호협조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만큼 각각의
경제주체가 처한 환경에 맞춰 자율적인 노력을 다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