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전경련회장단 회의 내용은 최근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한 방향을 보다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임금 금리 지가 물류비 행정규제 등 이른바 5고 중에도 고임금과 고금리의
해소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게 재계의 입장인 것이다.

재계가 이같이 입장을 정리한 것은 지가나 물류비 등은 구조적인 문제여서
단기간에 해소할 수 없다는 인식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비해 임금이나 금리는 근로자 정책당국 등 경제주체들의 의지만 있으며
단기간에라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한마디로 우선 "급한 불부터 꺼야겠다"는게 재계의 목소리라 할 수 있다.

이와함께 5고 중에서도 임금과 금리가 기업의 경쟁력약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점도 이 문제를 선결과제로 꼽게 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즉 5고중에도 경쟁국과 가장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분야가 바로 임금과
금리인 것이다.

우선 임금문제를 보자.

국내 가전3사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11.2달러로 태국(0.7달러) 말레이시아
(1.1달러) 등 경쟁국은 물론 영국(7.0달러)보다도 높은 수준에 올라가 있다.

자동차의 경우도 국내업체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12달러에 달해 영국과 같은
수준이며 미국의 15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1인당 GNP와 대비한 임금수준 역시 한국은 1.8배로 일본 대만 미국 등
경쟁국이나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국내기업의 임금수준은 이미 선진국수준에 진입했거나 근접하고
있는 반면 노동생산성은 여전히 개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게
재계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이다.

따라서 이런 모순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임금총액동결이라는 초강수
가 불가피하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금리 또한 명목금리와 실질금리 모두 선진국이나 경쟁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의 평균명목금리는 한국이 연 12.6%로 미국(5.8%) 독일(4.5%)의
2배 수준이었고 일본(1.2%)이나 싱가포르(2.6%)와는 아예 비교의 대상도
못된다.

이로 인해 한국기업이 안고 있는 금융비용부담, 즉 매출액중 금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5.6%로 일본이나 대만의 3배수준에 달하고 있다.

재계는 특히 국내 금리가 이처럼 높을 수 밖에 없는 원인중 상당부분이
정부의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에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의 자금수급도 문제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금융시장의 탄력성이
경쟁국이나 선진국보다 훨씬 떨어지는게 더 큰 문제라는 인식이다.

회장단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문제와 관련, 종전처럼 자금공급확대 등의
차원이 아닌 "금융시스템의 개선"을 들고 나온 것도 이같은 원초적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지표현인 셈이다.

이에 대해서는 한부총리도 "금리가 낮아질 수 있도록 금융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재계의 요청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재계는 경제난국 타개를 위해 기업들이 앞장서겠다는
솔선의지도 천명했다.

30대그룹 임원의 보수를 올해수준으로 동결키로 한 것도 따지고 보면 그
의지의 일단이라 할 수 있다.

이와함께 과감한 사업구조조정과 접대비 축소 등을 통해 "제2창업의 각오로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회장단은 특히 이같은 재계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임금총액동결"에
근로자들의 동참과 협조를 호소했다.

"임금총액동결은 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가 경쟁력있고
탄탄한 경제로 가기위한 과정이자 선진국문턱을 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당부의 말도 덧붙였다.

특히 회장단이 임금동결과 관련, ''보다 안정된 직장을 가질 수 있도록''
이라는 절박한 표현을 쓴 것은 고통분담을 촉구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