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포커스] '지주자본주의는 죽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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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는 죽었는가.
냉전종식으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간의 우열경쟁은 사회주의 몰락으로
귀결됐다.
그러나 일본과 독일경제의 토대가 돼온 지주자본주의와 미국과 영국의
경제이념인 주주자본주의(Stockholder Capitalism)간의 경제이념적
대결구도는 소리없이 이어져왔다.
지주자본주의와 주주자본주의는 둘 모두 자본주의를 모태로 하고 있다.
근본 뿌리는 공유하고 있지만 두 경제이념의 적용상 차이점은 광범위한
부문에 걸쳐있다.
주주자본주의는 주주들의 이익을 기업행위의 동기나 목적으로 삼고
있는데 그 특징이 있다.
반면 지주자본주의는 주주뿐 아니라 종업원 부품공급업체 고객 등
기업과 관련이 있는 모든 주체를 중시하는 경제모델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주주들에게 최대의 배당을 안겨주는게 주목적인 미국과 달리
일본과 독일기업들은 공익적 책임을 중시해왔다.
한때 훨씬 우월한 세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던 지주자본주의가
요즘들어 그 세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본산지인 독일과 일본에서조차
배척되고 있다는 것은 큰 변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과 일본기업들은 경쟁력 약화를 극복하기위해 지주자본주의적
특징을 버리고 영미식 경영기법을 과감히 도입하고 있다.
경쟁의 무대가 넓어지고 그만큼 경쟁도 격화되면서 지주자본주의의
장점을 계속 유지해나가기가 버거워진 탓이다.
이념적으로는 지주자본주의가 주주자본주의보다 많은 사람의 호감을
사왔다.
일본의 근로자들은 종신고용제 아래에서 소속기업에 충성을 다해
경제력으로 세계를 제패하는데 큰몫을 했다.
또 독일의 종업원 경영참여제도는 노사협조체제를 강화해 기업이
어려울 때 고통을 분담하는 분위기를 정착시켰다.
또 부품공급업체와 대량수요자들에게 지분참여의 기회를 주는 일본식
교차주식소유제도는 흔히 장기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사업 계획단계부터
긴밀한 협력기반을 만드는데 크게 도움을 줬다.
기업이 조금만 적자에 허덕이면 주식을 대량 처분한다든지 M&A시장에
내팽개치는 일도 독일이나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독일과 일본에서는 아직까지도 은행이 대출자이면서 주주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연구개발부문에 장기투자가 손쉽게 이루어진다.
이같은 장점으로 보면 지주자본주의는 실적면에서 주주자본주의를
능가해야 한다.
80년대 중반까지는 실제로 우위성을 입증했다.
2차세계대전이후 40년동안 연평균 1인당 GDP증가율을 비교하면 독일이
3.0%, 일본이 5.5%로 영국(2.0%)과 미국(1.7%)을 앞선다.
그러나 85년이후 최근 10년간 일본이 연평균 2.5% 성장했고 미국
2.2%, 영국 2.0%, 독일의 GDP성장률은 연평균 1.9%다.
미국과 영국이 일본을 빠르게 추격했고 독일은 최하위로 밀린 것이다.
기업의 매출액대비 투자율 역시 80년대이전까지 미국과 영국이 독일
일본에 월등히 뒤처졌으나 90년대들어 일본(연평균20%선) 영국 미국 독일의
순으로 크게 바뀌었다.
제조업의 생산성증가율도 60년부터 73년까지는 일본(9.6%)과 독일(5.7%)이
영국(4.1%)과 미국(3.3%)을 앞지르다 79년부터 94년까지는 일본(4.0%)과
영국(4.0%)이 같아졌고 독일(2.2%)은 미국(2.5%)에 이어 최하위로 밀렸다.
지주자본주의의 최대 미덕이자 강점으로 꼽히는 고용기여 또한
90년대들어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오히려 지주자본주의 때문에 고용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이다.
독일의 경우 기업들이 기존종업원들에게 "지주"로서의 지위를 계속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주기위해 "예비지주들"의 실업을 방치하고 있다.
95년말 현재 독일의 실업률은 9.9%로 미국(5.6%) 영국(8.0%)보다 훨씬
심각하다.
통독 후유증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구서독지역의 실업률만 따로
집계하더라도 미국과 영국보다 높다.
미국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95년 기준 독일 근로자들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31.8달러로 세계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비해 미국 17.2달러, 영국 16.8달러로 독일의 절반수준이다.
일본 근로자들도 시간당 23.6달러를 받아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고임금이다.
10년전인 85년에는 미국이 13달러로 세계 최고수준이었다.
임금으로만 계산한다면 지주자본주의와 주주자본주의 국가들간
가격경쟁력이 10년동안 완전히 역전된 셈이다.
독일기업은 이에따라 인력을 감축하고 보다 낮은 임금을 찾아 해외로
공장을 대량 이전하고 있다.
독일 최대기업인 다임러 벤츠사는 최근 3년간 7만여명을 감원했고
심지어 국영기업인 도이체 텔레콤도 같은기간 6만명의 종업원을 줄였다.
독일 고용주연맹은 최근 5년동안 기업들의 해외공장이전으로 독일내에서
약 30만여명이 고용기회를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독일기업들은 높은 임금에 시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임금의 약 60%에
해당하는 각종 복지비용부담을 안고 있다.
고용주들은 이같은 상황에서 도저히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수 없다고
판단, 지난해부터 종업원에 대한 각종 복지비용 축소와 노조의 지위약화를
골자로 한 고용법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이 지주자본주의의 핵심을 폐기하자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산업공동화가 우려될 정도로 일본기업들이 무더기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은 엔고와 경제블록화에 적응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지주자본주의의 폐해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본경제신문 조사에 의하면 아직까지도 제조업체의 절반이상이
해외이전의사를 밝히고 있다.
노무라연구소는 98년까지 일본 5대 전자회사 생산의 40%가 해외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식 지주자본주의의 가장 큰 특징중 하나인 종신고용제도는 한물간지
오래다.
대부분의 일본기업들이 종신고용제를 일부 인력에 한정 적용하는 한편
그 비율 자체도 가능한 한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은행원들은 40세까지 일정한 점수를 얻지 못하면 지방으로 좌천된다.
도요타의 경우 50세이상의 종업원들에게 "책임경영"이라는 명분으로
일종의 도급제까지 실시하고 있다.
할당실적을 달성해야만 승진기회를 주고 아니면 자동퇴사다.
일본 최대기업인 일본전신전화(NTT)는 특별히 경영위기를 맞고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현재 18만5,000명인 종업원수를 오는 2001년까지
15만명으로 19%나 감원하겠다고 지난 11일 발표해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이처럼 본거지에서도 퇴물로 전락하고 있는 지주자본주의를 미국과
영국은 오히려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확대"를 기회가 있을때
마다 부르짖는다.
노동부는 특히 고용창출에 기여하지 못하는 기업을 선정해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영국왕립학술원은 최근 "미래의 기업"이란 보고서를 통해 "주주에
대한 배당과 이를 위한 영업실적에 연연해 하지 않고 기업활동에 관계된
모든 계층을 고려해야만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는 지금 주주자본주의와 지주자본주의간 교차수용과 혼합작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 박순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6일자).
냉전종식으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간의 우열경쟁은 사회주의 몰락으로
귀결됐다.
그러나 일본과 독일경제의 토대가 돼온 지주자본주의와 미국과 영국의
경제이념인 주주자본주의(Stockholder Capitalism)간의 경제이념적
대결구도는 소리없이 이어져왔다.
지주자본주의와 주주자본주의는 둘 모두 자본주의를 모태로 하고 있다.
근본 뿌리는 공유하고 있지만 두 경제이념의 적용상 차이점은 광범위한
부문에 걸쳐있다.
주주자본주의는 주주들의 이익을 기업행위의 동기나 목적으로 삼고
있는데 그 특징이 있다.
반면 지주자본주의는 주주뿐 아니라 종업원 부품공급업체 고객 등
기업과 관련이 있는 모든 주체를 중시하는 경제모델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주주들에게 최대의 배당을 안겨주는게 주목적인 미국과 달리
일본과 독일기업들은 공익적 책임을 중시해왔다.
한때 훨씬 우월한 세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던 지주자본주의가
요즘들어 그 세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본산지인 독일과 일본에서조차
배척되고 있다는 것은 큰 변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과 일본기업들은 경쟁력 약화를 극복하기위해 지주자본주의적
특징을 버리고 영미식 경영기법을 과감히 도입하고 있다.
경쟁의 무대가 넓어지고 그만큼 경쟁도 격화되면서 지주자본주의의
장점을 계속 유지해나가기가 버거워진 탓이다.
이념적으로는 지주자본주의가 주주자본주의보다 많은 사람의 호감을
사왔다.
일본의 근로자들은 종신고용제 아래에서 소속기업에 충성을 다해
경제력으로 세계를 제패하는데 큰몫을 했다.
또 독일의 종업원 경영참여제도는 노사협조체제를 강화해 기업이
어려울 때 고통을 분담하는 분위기를 정착시켰다.
또 부품공급업체와 대량수요자들에게 지분참여의 기회를 주는 일본식
교차주식소유제도는 흔히 장기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사업 계획단계부터
긴밀한 협력기반을 만드는데 크게 도움을 줬다.
기업이 조금만 적자에 허덕이면 주식을 대량 처분한다든지 M&A시장에
내팽개치는 일도 독일이나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독일과 일본에서는 아직까지도 은행이 대출자이면서 주주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연구개발부문에 장기투자가 손쉽게 이루어진다.
이같은 장점으로 보면 지주자본주의는 실적면에서 주주자본주의를
능가해야 한다.
80년대 중반까지는 실제로 우위성을 입증했다.
2차세계대전이후 40년동안 연평균 1인당 GDP증가율을 비교하면 독일이
3.0%, 일본이 5.5%로 영국(2.0%)과 미국(1.7%)을 앞선다.
그러나 85년이후 최근 10년간 일본이 연평균 2.5% 성장했고 미국
2.2%, 영국 2.0%, 독일의 GDP성장률은 연평균 1.9%다.
미국과 영국이 일본을 빠르게 추격했고 독일은 최하위로 밀린 것이다.
기업의 매출액대비 투자율 역시 80년대이전까지 미국과 영국이 독일
일본에 월등히 뒤처졌으나 90년대들어 일본(연평균20%선) 영국 미국 독일의
순으로 크게 바뀌었다.
제조업의 생산성증가율도 60년부터 73년까지는 일본(9.6%)과 독일(5.7%)이
영국(4.1%)과 미국(3.3%)을 앞지르다 79년부터 94년까지는 일본(4.0%)과
영국(4.0%)이 같아졌고 독일(2.2%)은 미국(2.5%)에 이어 최하위로 밀렸다.
지주자본주의의 최대 미덕이자 강점으로 꼽히는 고용기여 또한
90년대들어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오히려 지주자본주의 때문에 고용여건이 악화되는 상황이다.
독일의 경우 기업들이 기존종업원들에게 "지주"로서의 지위를 계속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해주기위해 "예비지주들"의 실업을 방치하고 있다.
95년말 현재 독일의 실업률은 9.9%로 미국(5.6%) 영국(8.0%)보다 훨씬
심각하다.
통독 후유증으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구서독지역의 실업률만 따로
집계하더라도 미국과 영국보다 높다.
미국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95년 기준 독일 근로자들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31.8달러로 세계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비해 미국 17.2달러, 영국 16.8달러로 독일의 절반수준이다.
일본 근로자들도 시간당 23.6달러를 받아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고임금이다.
10년전인 85년에는 미국이 13달러로 세계 최고수준이었다.
임금으로만 계산한다면 지주자본주의와 주주자본주의 국가들간
가격경쟁력이 10년동안 완전히 역전된 셈이다.
독일기업은 이에따라 인력을 감축하고 보다 낮은 임금을 찾아 해외로
공장을 대량 이전하고 있다.
독일 최대기업인 다임러 벤츠사는 최근 3년간 7만여명을 감원했고
심지어 국영기업인 도이체 텔레콤도 같은기간 6만명의 종업원을 줄였다.
독일 고용주연맹은 최근 5년동안 기업들의 해외공장이전으로 독일내에서
약 30만여명이 고용기회를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독일기업들은 높은 임금에 시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임금의 약 60%에
해당하는 각종 복지비용부담을 안고 있다.
고용주들은 이같은 상황에서 도저히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수 없다고
판단, 지난해부터 종업원에 대한 각종 복지비용 축소와 노조의 지위약화를
골자로 한 고용법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이 지주자본주의의 핵심을 폐기하자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산업공동화가 우려될 정도로 일본기업들이 무더기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은 엔고와 경제블록화에 적응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지주자본주의의 폐해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본경제신문 조사에 의하면 아직까지도 제조업체의 절반이상이
해외이전의사를 밝히고 있다.
노무라연구소는 98년까지 일본 5대 전자회사 생산의 40%가 해외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식 지주자본주의의 가장 큰 특징중 하나인 종신고용제도는 한물간지
오래다.
대부분의 일본기업들이 종신고용제를 일부 인력에 한정 적용하는 한편
그 비율 자체도 가능한 한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은행원들은 40세까지 일정한 점수를 얻지 못하면 지방으로 좌천된다.
도요타의 경우 50세이상의 종업원들에게 "책임경영"이라는 명분으로
일종의 도급제까지 실시하고 있다.
할당실적을 달성해야만 승진기회를 주고 아니면 자동퇴사다.
일본 최대기업인 일본전신전화(NTT)는 특별히 경영위기를 맞고 있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현재 18만5,000명인 종업원수를 오는 2001년까지
15만명으로 19%나 감원하겠다고 지난 11일 발표해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이처럼 본거지에서도 퇴물로 전락하고 있는 지주자본주의를 미국과
영국은 오히려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확대"를 기회가 있을때
마다 부르짖는다.
노동부는 특히 고용창출에 기여하지 못하는 기업을 선정해 세금을
더 내도록 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영국왕립학술원은 최근 "미래의 기업"이란 보고서를 통해 "주주에
대한 배당과 이를 위한 영업실적에 연연해 하지 않고 기업활동에 관계된
모든 계층을 고려해야만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는 지금 주주자본주의와 지주자본주의간 교차수용과 혼합작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 박순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