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현수 < 한외종금 M&A팀 부장 >

"원숭이 꿍꿍이" (monkey business)라는 말이 있다.

이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비밀스런 행동을 뜻한다.

평소 무뚝뚝한 사람이 이상스럽게 친절하다거나 밝고 쾌활한 아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부모를 대할 때는 보이지 않는 원숭이 한 마리가 그들
등뒤에 있는 것이다.

기업 인수에 있어 대상 기업에 대한 가치평가가 끝난 후에는 본격적인
협상 국면으로 진입하게 된다.

협상은 거래주식의 수량을 비롯 대금의 지급시기 및 방법, 향후 실사에
의한 청산 절차, 계약서 초안 및 종결과정 등 기업인수와 관련된 제반
사항에 대해 이루어진다.

이중 특히 중요한 것이 가격이다.

물론 매도측의 입장에서는 되도록 높게, 매수측의 입장에서는 되도록
낮게 매매가격을 정하려 할 것이다.

이가격은 부대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으나 궁극적으로 양 당사자의
협상력에 따라 결정된다.

강한 협상력을 갖기 위하여는 최선의 현실적 대안 (best realistic
alternative)을 우선 준비해야 한다.

협상력은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에서 나오게 마련이며,
협상이 결렬되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준비되어 있는 경우 협상에
임하는 자신감은 보다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 다시말해 등
뒤에 있는 원숭이를 찾아내는 것이다.

협상테이블에 나타난 당사자들은 협상하지 않으면 안되는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다.

매도할 수밖에 없는 진정한 이유를 찾아내거나 반대로 꼭 그 기업을
인수하여야할 절실한 의사를 적시한다면 협상은 거의 끝난 것과 진배없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상대방의 원숭이를 찾도록 하라.

이것이 협상의 성패를 결정하는 관건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