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각박해질수록 사람들은 전설이나 신비로운 이야기, 흥미로운
삶의 에피소드등에 관심을 가진다.

잠시나마 실용성과 합리성이 우선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찾고 싶어하기 때문.

요즘 "환생"이나 "전설"같은 신비주의 요소가 소설 영화 TV드라마등
대중문화에서 두드러지는 경향도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MBC TV의 "다큐멘터리 이야기 속으로"(월요일 오후7시30분)도 아직까지
일부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전설"이나 우리 사회에 숨겨진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 방송한다.

프로그램은 매회 2~3개의 이야기가 현장취재와 재연극을 통해 구성된다.

다큐멘터리식으로 이야기의 내용과 배경,관련된 사람들을 소개하고 나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극이 펼쳐진다.

2일 방영된 이야기는 "제비의 죽음"과 "광삼이의 실종".

"제비의 죽음"은 광주이씨 문중 사람들이 영천최씨 가문의 여종이었던
제비의 무덤에 참배하는 광경에서 시작된다.

이야기는 60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고려말 혼란기에 포살령이 내려진
충신 이집과 이당을 숨겨주기 위해 최원은 미치광이행세를 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충직한 종 제비는 비밀유지를 위해 자결하는 내용이 극으로
이어진다.

이후 광주이씨문중은 제비의 마음을 갸륵히 여겨 해마다 극진하게
제사를 지낸다는 사연.

"광삼이의 실종"은 23년전 강진에서 일어난 5세된 아이의 실종사건을
소개한다.

어느날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러 모인 집에서 광삼이라는 아이가
실종된다.

마을사람들은 3일동안 찾아헤매다 "조상님이 화가나서 산으로 손주를
데려갔다"는 무당의 말을 듣고 무당이 일러준 장소에서 광삼이를 발견한다.

광삼이는 그동안 함께 지낸 할아버지가 제사상위에 놓인 사진 속의
할아버지라고 말한다.

이같은 이야기들을 제작팀은 과장없이 재구성해 보여줄 뿐 어떤 해석을
내리거나 깊게 파고 들지 않는다.

이야기를 재연하는 장면에서는 배우들의 어설픈 연기와 미숙한 극적
처리가 눈에 띄지만 기존드라마에서 남발되는 클로즈업(CU)신을 자제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적당히 거리를 유지케하는 교양PD다운 화면구성은 신선한
감을 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