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그룹들이 잇달아 일본 도쿄시내 요지의 오피스빌딩 매입에
나서고 있다.

일본 경제의 거품이 사라지면서 나타난 부동산 가격의 급락이라는
호기를 이용해 일본본사나 현지법인의 사옥마련에 적극 나서고있는 것.

한화 포철 진로 한진그룹등이 이미 1~2년전 도쿄시내의 빌딩을 사들여
현지법인의 간판을 내건데 이어 최근에는 삼성그룹이 일본본사의 사옥으로
쓰기위해 일본 IBM의 별관을 매입했다.

이외에 현대 LG 대우 선경 쌍용그룹등도 현재 매물을 물색중이어서
국내기업 일본본사와 현지법인들도 머지않아 GM 모토롤라 코카콜라
등과 같은 다국적 기업처럼 자가사옥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국내기업들이 일본 현지사옥 마련에 적극 나서고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세계적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와관련해 "IBM 옆에 삼성의 깃발을 올림으로써
IBM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세계적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있어
이 회사의 별관을 사들여 사옥으로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작년말 도쿄 미나토구소재 9층짜리 빌딩을 매입한 한화그룹도 "사옥은
그 자체가 서있는 광고탑"이라는 판단에서 사옥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여기에는 일본의 부동산시장 침체로 지금은 빌딩의 가격이 크게
떨어졌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언젠가는 급등할 것으로 보고 투자한다는
개념에서 빌딩을 구입하는 측면도 있다.

일본의 부동산시세는 현재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80년대말과 비교하면
절반수준이다.

심한 경우에는 5분1가격에 거래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이 지난달 1백억엔에 지분의 50%를 사기로 가계약을 맺은 일본
IBM별관 건물도 한때는 6백억엔 이상을 호가하던 빌딩이다.

삼성으로서는 최고시세와 비교해 3분의 1가격으로 매입한 셈이다.

한화가 산 빌딩도 마찬가지.

모두 55억엔을 주었으나 80년대말까지만 해도 2백억엔이상의 시세를
유지하던 빌딩이다.

부동산가격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도쿄 시내의 임대료가 여전히 높다는
점도 기업들의 매입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삼성 일본본사 관계자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건물의 한달 임대료가
1억2천엔"이라며 단순히 계산해도 7년이면 건물 매입금인 1백억엔에
육박한다고 설명한다.

여기다 부동산가격의 상승분을 계산하면 5년 정도만 지나면 임대료는
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만큼 국내기업들의 일본 현지사옥 구입에는 투자목적도 깔려있다고
볼수있다.

일본 경제가 다시 살아나면 부동산 값도 뛸 것이란 기대다.

실제로 포철이 지난해 말에 1백억에 구입한 일본 지점건물의 경우 값이
상당폭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도 "특히 현재와 같은 엔저에서는 다른 어떤 투자보다도 일본
현지 부동산 투자가 가장 메리트가 있다"(K그룹 C이사)고 투자목적이
있음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그동안 대기업의 해외 부동산 투제를 억제해왔던 정부 정책의 족쇄가
풀린 것도 기업들의 일본 지사 시대 개막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올초 정부가 비건설업체에 대해서도 업무용 해외부동산 투자를 허용해준
것이 기업들의 일본사옥매입을 자극했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각 기업들이 해외에 상징적인 지점이 아니라 명실공히
해당 지역의 경영을 총괄하는 해외본사를 추진하고 있어 해외부동산
투자는 급증할 것"이라며 일본에 자체 사옥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주회사가 대부분인 해외 본사의 경우는 현지에 진출한 각
계열사들을 한 데 모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 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