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니실린은 기초과학분야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던중 우연히 발견된
것입니다.

결코 질병을 치유한다는 목적을 갖고 추진된 연구의 결과물이 아니지요"

고등과학원개원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키 위해 방한한 미 MIT대의
피터김 교수(38)는 기초과학연구의 중요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성과물을 기대할수 없다하더라도 충분한 시간여유를
두고 근본원리규명을 위한 기초연구활동에 지원하다보면 언젠가는 보다
큰 몫의 수확을 보장하는 결과물을 얻을수 있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김교수는 88년 30세 나이로 MIT대 조교수에 취임한 후 지난해 정교수에
임명된 재미교포 2세.

한국인으로서 노벨상수상이 가장 유력시되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

김교수의 업적은 프란시스 크릭과 라이너스 폴링이 53년 제안했던
"단백질의 감긴코일구조"을 규명해 낸 것.

이는 각종 질병의 원인인 바이러스가 어떤 방식으로 인체세포에
침투하는지를 설명해주는 연구결과로 주목받고 있다.

바이러스가 세포와 융합하기 위해서 3차원 구조상의 변화를 일으켜야
하는데 바이러스내 단백질의 감긴코일구조가 그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통해 감기바이러스의 감염기작을 밝혀내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혈우병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 (AIDS) 바이러스도 비슷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연구를 통해 관련 질병치료제 개발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김박사는 "이제까지의 연구결과는 단기간의 성과물에 급급하지
않고 기초연구를 수행할수 있도록 지원했기에 가능했다"며 기초과학분야에
대한 투자강화를 주문했다.

김박사는 또 미래의 과학도들에게 "과학은 어려운 학문이지만 끈질기게
연구하다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마련"이라며 "선배들의 연구업적을
주시하는 한편 언어적 소질을 키우는데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김재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