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를 잡으려면 신세대 굴로"

(주)빙그레의 신세대 마케팅 전략 연구팀 CNN의 캐치프레이즈다.

소비자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모든 마케팅의 기본.

신세대가 사회의 강력한 소비주체로 떠오르면서 이들에 대한 업체의
관심도 새롭게 증대됐다.

CNN은 바로 이 신소비세력의 실생활을 현장에서 관찰, 이들을 사로잡을
아이디어를 창출하라는 특명을 띠고 탄생한 싱크탱크.

작년 7월 출범한 CNN은 이제 2대 팀장 이승천 과장(36)의 집권하에
2공화국 시대로 접어들었다.

팀명도 급변하는 세상을 빠뜨림없이 따라잡자는 취지에서 미국의 뉴스전문
케이블TV 채널명을 땄다.

CNN인들은 매주 금요일마다 각자의 고유임무를 팽개치고(?) 거리로 나선다.

신세대들이 선호하는 외식업체, 물좋다고 소문난 나이트클럽, 패션의 거리
압구정동...

소위 "물좋고 잘 나가는" 곳이라면 가리지 않고 몰려간다.

신세대들의 활동무대로 몸소 진출, 그들의 동태를 지켜보고 직접 부딪쳐
체험하기 위해서다.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이들의 활동은 그야말로 "놀고 먹기".

하지만 CNN 탄생에 한몫했던 김승규씨(29)는 "신세대들의 문화적 소비
행태를 이해하고 분석함으로써 마케팅 전략 수립에 보탬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한다.

실제로 CNN 1기의 경우 사발면에 공기밥을 얹은 "캡틴 공기밥"의
아이디어를 내놔 상품화시키기도 했다.

사고의 전환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이어진 결과다.

이같은 매력만점의 팀에 참가코자 하는 인원이 "박터지게" 많은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팀 가입조건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30세 미만이 기본.

대리급 이상은 사절이다.

대리만 돼도 상사의 눈치를 살펴 자유로운 사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란다.

여기에 신선한 감각과 물불 안가리는 용기가 필수다.

개성만큼은 회사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마케팅실의 여섯
젊은이들이 이렇게 열띤 경쟁을 뚫고 2기로 선발됐다.

여성개발(?)에 선천적 재능을 가진 이은구씨, 아무때나 찢어진 청바지를
걸쳐입고 나타나는 패션리더 유현정씨, 사내 여직원 인기투표시 1위를
놓친적 없는 김승규씨와 김순영 박석현 이승조씨 등 "젊고 튀는 것"외에는
같은 점이 전혀 없는 여섯명이 2공화국의 가신들이다.

CNN내 유일한 30대인 이팀장도 지난해 배낭하나 달랑 둘러메고 일본
열도를 누비고 다녔을 만큼 마음만은 신세대.

"회사가 좀 더 "팍팍" 밀어줬으면 좋겠다"는 CNN 사람들은 이번주 금요일
에도 "물좋은 곳"을 찾아 회사문을 박차고 나설 것이다.

< 글 김혜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