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화를 사자니 자칫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같고 추상화를 사자니
도무지 뭔지 모르겠으니 어쩌면 좋겠는가".

그림을 처음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하소연이다.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뭔가 형상이 담긴 그림이 좋아뵈는데 낙서를
해놓은 것같거나 벽지같은 그림을 현대미술이라고 하는 듯해 선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구상과 추상의 중간인 반추상화를
선호한다고들 한다.

고민끝에 알듯 모를 듯한 작품을 고르는 셈이다.

그러나 미술품은 단순한 투자대상이기에 앞서 즐길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자신이 인정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작품을 평론가나 화상이
권한다고 해서 무조건 구입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팝아트를 비롯한 현대미술이 세계 화단을 휩쓴 때에도 인상파 작품의
인기는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사실은 구상쪽을 택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참고가 될 만하다.

단 모든 예술품은 당장 눈에 띄는 것보다 두고두고 많은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이 좋은 것임을 감안, 즉흥적으로 선택하기보다 시간을 두고
여러번 본 뒤에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구상화의 경우 얼핏 비슷해 보이는 산과 꽃그림이라도 좋은 작품은
자꾸 볼수록 정감이 가는 반면 태작은 화장한 미인처럼 들여다보면 어딘가
어설픈 구석이 있게 마련이므로 여유를 갖고 꼼꼼하게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당장 비슷해 보인다고 싼것을 택하면 비지떡이 될수 있음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주에는 독특한 마티에르의 산과 얼굴 그림으로 국내는 물론
유럽화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중견서양화가 권순철씨의 30호짜리 "산"이
720만원, 깔끔한 정물화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중인 여성화가 배정혜씨의
20호짜리 "정물"이 400만원에 출품됐다.

박성희 < 문화부장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