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영이 문제다.

비자금 선고공판에서 기업인들에 대해 예상외의 중형이 선고되자 각
기업들이 이번 공판결과가 해외사업의 차질로 번지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보고 대책수립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해외금융기관들에 의한 신용도 하락 해외
금융기관들이 이번 공판결과를 이유로 신용평가를 낮출 경우 자금조달에 큰
차질이 빚어져 각종 사업추진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실제로 일부그룹의 경우 비자금사건의 초기에 일부 해외금융기관이 대우의
여신상태를 조사하는 등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이와함께 총수들에 대한 중형선고는 해외에서의 수주활동에도 적잖은 장애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공판결과가 나온 직후 해외지사나 거래선 등에서 향후 사태추이를 문의하는
전화가 빗발치는 등 국내에서보다도 더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에따라 해당 기업들은 해외지사를 통해 현지 정부 및 거래선들에게
이번 공판 결과에도 불구하고 그룹경영상태에는 아무 이상이 없을 것임을
설명토록 긴급지시하는 등 해외에서의 기업이미지 보호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국내기업중 해외사업장이 가장 많은 대우그룹은 폴란드 루마니아
우즈베키스탄 등지의 주요 사업장들부터 우선적으로 현지 정부에 이번
공판의 배경과 그룹경영현황을 설명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대우는 또 오는 10월께에는 해외 주요 언론사를 대상으로 세계경영 설명회
를 갖는 계획도 검토중이다.

대우관계자는 "이밖에도 오는 11월에 있을 신차발표회에 대우가 진출해
있는 주요국가의 원수들을 초청, 국내 사업장을 돌아보게 하는 방안도 모색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각 그룹들은 그룹의 경영체제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시키기 위해
당초 집행유예 정도의 선고를 예상해 짜놓았던 총수들의 해외출장 일정도
법원의 출국허가를 받아 예정대로 추진키로 했다.

최원석 동아그룹회장은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개최될 대수로 2단계 통수식
행사를 주관하기 위해 추경석 건설교통부장관 등과 함께 27일 오전 출국했다.

최회장은 이번 방문길에 리비아측과 총사업비 1백억달러 규모의 리비아
대수로 3,4단계 공사 본계약 협상도 벌일 예정이다.

김우중 대우그룹회장도 오는 30일 있을 중국의 연변대우호텔 개관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28일 출국한다.

김회장은 이 행사를 마친 후에는 폴란드 FSO공장을 둘러본 후 다음주말께
돌아올 예정이다.

쌀 밀 과일 등 농작물과 주정원료인 타피오카 바사바를 재배하기 위해
캄보디아에 6천만-1억평 규모의 농장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진로그룹도
다음달초 장진호회장이 직접 캄보디아를 방문, 현지정부와 협의키로 했다.

이밖에 이번 공판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대림그룹 이준용회장은
내달초에 있을 김영삼대통령의 남미순방길에 동행하는 등 각 그룹들은
해외경영 활동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