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1558년 스페인왕 필립2세가 원산지인 남아메리카에서 들어온
씨앗을 관상용.약용으로 재배하면서부터 유럽을 비롯한 각지로 전파되었다.

그 씨앗은 멕시코 원정에서 돌아온 스페인 탐험가들이 바친 것이었다.

그렇게 본다면 담배는 그 시초에는 아주 긍정적인 식물이었다.

그 뒤로도 몇세기에 걸쳐 담배는 약제라는 실용성을 벗어나 정신적
긴장을 해소하거나 생활의 멋을 과시하는 기호품으로 선호되었다.

소설가 김동인은 "연초의 효용"이라는 글에서 담배가 인간의 일상에서
정신적으로 얼마나 많은 보탬을 가져다 주는가를 적시한바 있다.

"생각이 막혔을 때 한 모금의 연초가 막힌 생각을 터놓는다.

...근심이 있을 때 한 모금의 연초는 근심을 반감시킨다.

권태를 느낄 때 한 모금의 흡연은 능률을 올린다"

프랑스의 작가 몰리에르 또한 "담배는 신사의 정열이다.

담배 없이 살고 있는 사람은 살아 있을 가치가 없다"고 극단적인
담배예찬론를 폈다.

반면에 낭비적인 요인이 있다거나 인체에 해롭다는 이유를 들어
일찍부터 담배 해악론을 편 사람들도 있다.

조선조 실학자였던 성호 이익은 재물과 인생을 낭비하게 하는 것이
담배라고 역설했다.

"이 세상에는 할 일이 많은데 상하노소 없이 종일 또는 종세도록 담배를
피우는데만 주력하고 있으니 만일 그 마음을 바꾸어 진리를 탐구하면
대현이 될수 있을 것이고.

살림을 다스리면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흡연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주장이 간헐적으로 있었지만 그것이
결정적으로 표면화된 것은 1964년 미국에서였다.

흡연이 폐암 인후암 구강암 심장병 기종 등을 가져온다는 보건부
보고서가 발표되면서다.

그러한 유해성은 오늘날 의학적으로 판명되어 담배가 인류의 공적인
마약에 버금가는 처지로 전락되고 말았다.

급기야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식품의약국 (FDA)의 요구를 받아 들여
담배를 마약으로 규정하는 대통령령을 제정하겠다고 선언했다.

가뜩이나 금연구역이 날로 늘어나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흡연자들과
존망이 걸려 있는 담배생산업자들에게는 청천벽력의 조치가 아닐 수 없다.

클린턴의 선언은 성인 흡연율이 세계 최고인데다 담배가 국가전매품으로
되어 있는 한국으로서는 큰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다.

우리도 어느 땐가 그에 동참하지 않을수 없게 될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될 시점이 된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