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미소에 화려한 복장, 미끈한 몸매를 갖춘 20대 초반의 미인들.

요즘 큰 행사장이나 기업홍보전시장에 가면 제품옆에서 포즈를 취하거나
제품을 설명하는 미인들을 어김없이 만나게 된다.

"전시장의 꽃"이라고 불리는 내레이터 모델들이다.

이들이 직업무대에 전면적으로 나서게 된 계기는 93대전엑스포.

엑스포가 끝난뒤 "도우미"를 홍보및 전시행사에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독자적인 직업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70여만명의 관람객이 몰려든 95서울모터쇼의 성공에는 250명의
내레이터 모델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을만큼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활약하는 숫자는 약 2,000명가량.

대부분 "프리랜서"다.

이들은 기업들과 연결된 전문에이전트회사를 통해 활동무대를 얻는다.

이같은 에이전트는 서울에만도 500여개 이상.

내레이터 모델 시장이 급부상하면서 에이전트사들도 난립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이들 내레이터 모델을 배출하는 전문학원도 성업중이다.

서울에만 20여개의 학원들이 2~3개월 과정으로 기본예절교육 자기연출기법
화술 등을 가르친다.

내레이터모델이 받는 일당은 대략 8만~10만원선.

한달평균 150만원대수입이 보통이다.

인기있는 모델은 250만~300만원까지 올리는 경우도 있다.

이러다보니 손쉽게 돈을 벌수 있다는 생각에 입문하는 젊은이들도 꽤
늘고 있다.

전문에이전트회사인 이노의 김국훈실장은 "하루에 10여명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한번 해보고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한다.

철저한 직업의식이 없기 때문이란 것이다.

내레이터 모델은 자신들은 "컴패니언걸"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컴패니언걸은 말 그대로 동반자, 즉 "도우미"이지만 내레이터 모델은
제품의 특성을 설명하고 제품을 홍보하는 전문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행사장의 주연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구분없이 쓰이고 있는게 현실이다.

전문성과 체계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얘기다.

더욱이 여기서도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성의 상품화가 그대로 반영된다는
점도 이들을 힘들게하는 요소다.

행사주최측이 원하는 것은 관객들의 시선을 끌수있는 젊고 아름다운
미녀들.

제품을 알리는 홍보의 최일선에 나선 사람들로 대접해주지 않고 결국
몸매와 얼굴로 뽑히는 셈이다.

이런 풍토이다 보니 직업의 수명이 짧은게 당연하다.

몸이 뒷받침해주는 젊은 시절 한때의 일로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전시풍토가 외국과 다른 것도 한 이유다.

전시장이 사고 파는 마켓형식으로 열리는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보여주는 수준에 머물고 있기때문이다.

결국 많은 관객을 모으는데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예쁜 모델만 선택되는
셈이다.

물론 여기서도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은 있다.

끊임없는 자기연출능력 개발과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는 자세는 내레이터
모델들에게 필수적인 항목이다.

무엇보다도 "전시장의 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제품을 하나로
맺는 "가교"로 자리잡기 위해서.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6일자).